뉴욕 증시가 국제 유가 급락과 되살아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일제히 하락했다. 달러가 2주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8.1포인트(0.38%) 하락한 2139.16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88.68포인트(0.49%) 내린 1만8123.80으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는 5.12포인트(0.1%) 떨어진 5244.57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주간 기준으로는 각각 0.5%와 0.2%, 2.3%씩 상승했다. 특히 애플 주가는 이번 주에만 11% 넘게 올랐다.
이날 증시의 키워드도 ‘기준금리’였다.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상승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높아졌다. 전날 경기지표 부진으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된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실제로 연방기금 선물 거래에 반영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측정하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12%에서 15%로 상승했다.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47%에서 56%로 높아졌다.
미국 법무부가 도이체방크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금융 업종이 0.92% 하락했고 에너지 업종도 0.86% 떨어지며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유틸리티 업종은 0.91% 상승했다.
◇ 美 8월 소비자물가 0.2%↑, 예상 웃돌며 금리 인상 불씨 재점화
미국 소비자물가가 임대료와 헬스케어 비용 상승 영향으로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는 이날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대비 0.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0.1% 상승은 물론 전월 0%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경우 1.1% 상승, 전월 0.8%를 뛰어넘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 등을 제외한 근원 물가지수는 0.3% 상승했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2.3% 올라 7월 2.2%를 웃돌았다.
물가 상승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 FRB는 기준금리 인상 전제 조건으로 완전 고용과 물가상승률 2%를 제시해 놓고 있다. 고용 지표는 이미 연준 목표를 충족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전날 발표된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기업재고 등이 모두 기대에 못 미친 만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12월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7월 4.7% 급락한데 이어 8월에도 0.9% 하락했다. 주거와 의료비용은 각각 0.3%와 1% 오르며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병원 서비스가 1.7%, 처방 비용이 1.3% 상승했다.
◇ 美 9월 소비자신뢰지수 89.8 '예상 밑돌아'
반면 미국 소비자들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소비자신뢰지수가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간대학은 9월 소비자신뢰지수 예비치가 89.8을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전월과 같은 수준이지만 전문가 예상치 90.8을 밑도는 수준이다.
소비자신뢰지수는 500명을 대상으로 개인 금융과 물가, 실업, 금리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를 조사, 산출된다.
현재 경기상황지수는 103.5로 전월 107에서 다소 하락했다. 반면 기대지수는 78.7에서 81.1로 높아졌다.
조사를 담당한 리차드 커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체 경제에 대한 전망이 개선되면서 개인 소득 전망 하락을 상쇄했다며 "소비자들은 경제 전망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국제유가, 이란 산유량↑ 공급과잉 우려↑…WTI 2%↓
국제 유가가 휘발유 선물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산유량 증가와 달러 강세 영향으로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88달러(2%) 급락한 43.03달러를 기록했다. 한 때 43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약 1개월 최저치까지 밀렸다. 주간 기준으로는 6.5% 급락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는 배럴당 0.64달러(1.37%) 내린 45.95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약세를 보인 것은 이란의 산유량이 증가했다는 소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8월 산유량이 하루 평균 200만배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제재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량도 역대 최고치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오는 26일 열리는 산유국 회동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산유량 동결을 이끌어내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원유 시추기 가동건수가 또 다시 2건 늘어난 416건을 기록했다는 소식도 악재였다. 최근 12주 가운데 11주 상승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75% 상승한 95.99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휘발유 선물 가격이 3% 급등하며 버팀목 역할을 했다. BP의 정유공장 점검이 길어질 것이란 소식에 휘발유 선물 가격은 이틀째 큰 폭으로 올랐다.
◇ 달러 ‘2주 최고’, 금값 ‘3개월 최저
달러가 소비자물가의 예상 밖 강세에 2주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75% 상승한 95.99를 기록하고 있다. 한 때 96을 돌파하기도 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0.74% 하락한 1.1158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23% 상승한 102.32엔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달러/파운드 환율은 1.49% 급락한 1.30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국제 금값은 약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용 호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물가까지 오른다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7.8달러(0.6%) 하락한 1310.2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23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번 주 전체로는 1.8% 하락했다.
국제 은 가격 역시 전날보다 온스당 17.9센트(0.9%) 내린 18.862달러에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약 2.6% 밀렸다.
백금은 1.6% 하락하며 이번 주 전체로는 4.7% 급락했다. 반면 팔라듐은 2.4% 급등하면서 주간 기준으로도 1% 상승했다. 구리는 전날 수준을 유지하며 이번 주에만 3.2% 올랐다.
◇ 유럽증시, 도이체방크 여파 일제 하락…獨 1.49% 급락
유럽 증시가 은행주들의 급락 여파로 일제히 하락했다. 국제 유가가 2% 가까이 하락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유럽 증시에서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 지수는 전날보다 0.7% 하락한 337.82를 기록했다. 이번 주에만 2.2% 떨어지며 약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하락했다.
독일 DAX 지수는 1.49% 급락한 1만276.17을, 프랑스 CAC 지수도 0.93% 내린 4332.45로 마감했다. 영국 FTSE 지수는 0.3% 떨어진 6710.28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헬스케어 업종만 0.36% 상승했을 뿐 모든 업종은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특히 은행 업종 지수는 2.1% 급락했다.
미국 법무부가 도이체방크에 대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부실 채권을 안전한 것처럼 속여서 판 혐의로 140억달러(약 15조8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이 직격탄이 됐다.
도이체 방크 주가는 8.5%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15억유로 증발했다. 부과받은 벌금은 도이체방크 시가총액(약 184억4000만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RBS와 바클레이즈 등 다른 유럽 은행들도 거액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RBS와 바클레이즈도 각각 20억달러와 11억달러 정도의 벌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했다. RBS와 바클레이즈 주가는 각각 4.4%와 2.8%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