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20여년 만에 아마존을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업체로 키우고, 자신은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된 아마존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 제프 베저스. 미국 경영계는 그의 경영학을 '제프이즘'이라 부른다. 바로 고객과 데이터에 대한 집착, 실패에 대한 관용이 핵심이다.
고객 집착
아마존 임원회의 때는 늘 자리를 하나 비워놓는다. 눈에는 안 보이지만 고객의 자리라는 것이다. 베저스는 “이 방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라고 강조한다. 회사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 500여개 가운데 400여개도 고객관련 지표이다.
이런 일화도 있었다. 한 할머니 고객이 이메일로 "포장 뜯기가 힘들어 매번 조카를 부른다"는 내용이었다. 베저스는 곧바로 쉽게 뜯을 수 있는 포장으로 바꾸었다. 지금도 고객한테서 오는 이메일을 직접 챙기는데 대응해야할 불만사항은 물음표만 붙여서 담당직원에서 포워딩 한다. 그러면 이 직원은 하던 일을 멈추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베저스는 업계에서 흔히 쓰는 ‘고객중심’이라는 말 대신 ‘고객집착’(customer obsession)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를 남다르게 만든 것이 궁금하다면 바로 고객집착”이라는 것이다.
데이터 집착
아마존을 제국으로 만든 또 하나 베저스의 비결은 데이터. 온라인서점으로 잘나가던 2000년대 초 그는 고객들의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책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그런 뒤 편집자들의 추천과 판매량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결과는 알고리즘의 완승. 베저스는 책 선정에 관한한 미국에서 가장 뛰어나 ‘아마존의 보물’이라 불리던 편집팀을 해체해버렸다.
2013년 워싱턴포스트(WP)를 인수한 뒤 되살린 것도 데이터의 힘이었다. 인수 초기 신문사업 경험이 없던 그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아마존의 데이터과학자들을 데려와 독자가 읽은 기사의 내용과 주요문구를 수집해 이들이 좋아할만한 또 다른 기사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1년 만에 홈페이지 순방문자 수가 59% 늘어났고 다시 1년 뒤 뉴욕타임스를 넘었다. 아마존의 전직 엔지니어가 이렇게 말할 정도이다. "매니저들은 이런 문구를 붙여 놓는다. '신에 대해서는 신뢰한다. 그밖에 대한 것이면 데이터를 가져와!'"
실패에 대한 관용
베저스는 실수나 무능에 대해서는 혹독하지만 실패에 대해선 관대하다. 오히려 "지루하게(boring) 성공한 직원들이 불필요한 존재"라며 “실패에 대해서는 아무 걱정이 없다”고 할 정도이다. 아마존은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했다가 철수하기도 했고, 스마트폰을 개발했다가 접기도 했다.
하지만 클라우드서비스(AWS)는 이런 실패가 낳은 결과였다. 고객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데 엄청난 인력과 돈을 쏟아 부었다. 월가에서는 "한 40대 사업가의 한 판 도박에 불과하다"며 "미친 짓"이라고 했지만 지금 세계시장 점유률 1위이다. 그가 늘 강조하는 말도 "될 일만 하면 많은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