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던 테슬라에 위험 신호가 켜진 건 지난해부터다. 첫 보급형 차량인 '모델3'이 발목을 잡았다. 양산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했지만, 공장 설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재무상태가 악화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주력차종인 '모델X' 배터리가 폭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테슬라가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 모델3 생산 부진 지속…공정의 과도한 자동화가 원인
모델3은 테슬라의 야심작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3만5000달러로 기존 모델(7만~8만달러)보다 훨씬 싸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2016년 3월 예약판매 시작 하루 만에 18만명이 몰릴 정도였다. 하지만 모델3에 대한 기대는 곧 악몽으로 변했다. 대량생산 일정이 계속 늦춰지면서 현금 유동성 악화의 원인이 됐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테슬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모델3은 지난해 3분기 222대, 4분기 1550대 생산에 그쳤다. 올해 1분기에도 6500~7000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오는 6월 말 주당 5000대 생산을 장담하지만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모델3 생산 차질의 가장 큰 이유로는 과도한 자동화가 지목된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공정을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막스 워버턴 연구원은 "테슬라가 도장과 용접 등 단순 작업뿐만 아니라 최종 조립에도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과 독일 등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비용과 품질 저하 문제로 자동화를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주력판매 차량인 '모델X'의 폭발사고까지 일어났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지난 23일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인근 고속도로에서 중앙분리대와 충돌한 뒤 배터리 폭발로 불탄 모델X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운전자가 자율주행 모드로 달리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NTSB는 자율주행 시스템 오작동 가능성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가 자칫 테슬라 전기차의 배터리와 자율주행시스템의 안전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 재무상태 갈수록 악화…자금 조달도 어려워져 파산할 수도
테슬라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34억달러(약 3조6240억원) 정도다. 여기에 지난달 테슬라가 미래에 받을 리스 비용을 담보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 5억5000만달러어치를 더해도 40억달러가 채 안 된다. 이마저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약 8억5000만달러는 고객이 언제든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차량 예약금이다. 반면 테슬라의 부채 규모는 230억달러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의 재무제표를 보면 장기적인 사업 존속 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날 테슬라 신용등급을 'B3'으로 한 단계 내리면서 "테슬라가 올해 부채 상환과 설비 투자를 위해 20억달러 이상을 조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테슬라의 자금 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발행한 2025년 만기 회사채 가격이 최근 액면가의 86% 수준으로 떨어졌다. 불량채권 수준이다. 최근 한 달간 주가가 20% 넘게 빠지면서 유상증자 등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도 힘들어졌다.
테슬라가 재무제표를 좋게 보이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태양광발전시스템 설치비를 일종의 '투자'로 보고 투자성 현금으로 계상하면서 부실 규모를 줄였다는 것이다. WSJ는 "테슬라가 현금 흐름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도록 비용을 처리하고 있지만, 만약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출이 계속된다면 올해 말 곳간이 바닥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회사 빌라스캐피탈의 존 톰슨 CEO(최고경영자)는 마켓워치에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마법을 부리지 않는 한 테슬라는 4개월 안에 파산할 수 있다"며 "테슬라는 한 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는 회사"라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