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스티브 잡스'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혈액 몇 방울로 260여 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 이야기이다. 홈스는 지난 14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 대신 벌금 50만달러(약 5억3300만원)을 내기로 합의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홈스는 미국 경제지 포천의 표지모델로도 등장했고 기업 가치를 9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벤처투자자들의 자금도 몰렸다.
하지만 지금 테라노스는 전쟁터다. 피해를 본 투자자 200여명은 자금 회수를 위해 테라노스에 남은 자산이나 특허 등을 가져오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기업가치 1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들의 상당수가 이처럼 가치가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거품이 꺼질 경우 테라노스처럼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 국가경제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135개 유니콘 기업 중 절반가량인 65개(48%)는 실제 기업가치가 10억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자격 미달' 유니콘들의 기업가치는 50%에서 최대 95%까지 부풀려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니콘 버블에 대한 외신들의 경고도 이어진다. 블룸버그는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기술만 보고 투자자들이 과도한 기대를 품고 돈을 쏟아 붓고 있다"고 설명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 중 아직도 '미완성'인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가장 최근 이뤄진 자금조달 단계에서 대형투자자가 1주당 얼마에 주식을 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들이 주식을 매입한 가격을 근거로 기업가치를 계산하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은 자금조달 막바지 단계에 '대형투자자'들을 유치하는데 목을 매게 된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투자금의 2~4배에 달하는 이익을 보장하거나 주식매각 우선권을 줘 손실 없는 안전한 탈출구를 확보해 주는 식으로 대형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당장 기업가치는 올라가지만 실제 가치에는 마이너스(-)가 된다.
국가경제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스타트업들은 △IPO(기업공개)시 이익보장(14%) △특정 공모가 미만으로 IPO시 거부권(24%) △우선 이익배분(34%) 등의 투자자 보호조항이 담긴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지는 "기업가치가 하루아침에 50% 이상 바뀌는 부실한 유니콘들이 많다"며 "이들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끼치는 '좀비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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