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보복관세로 피해를 입은 미국 농가들이 이번에는 일본발 위기에 직면했다. 무역 분쟁의 여파로 미국산 농축산품의 수출 규모가 일본에서도 줄고 있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농가들이 수익성 좋은 일본 시장에서 호주, 캐나다와 유럽연합(EU)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면서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일본과의 무역 협상을 타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통해 캐나다·호주 등 10개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EU와는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맺었다. CPTPP는 지난 12월 30일 발효됐으며, 일본은 오는 4월 1일부터 협정국을 대상으로 관세를 한 차례 더 낮춘다. EPA는 지난 2월 1일 발효됐다.
반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CPTPP(당시 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일본과 별도의 무역협상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미 미국산 대두 등에 대한 중국의 보복 관세로 피해를 입은 농가가 일본에서도 타국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한 농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팜 벨트'(미 중서부의 농장 지대)의 정치인들도 연일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몬태나주의 스티브 데인스 공화당 의원은 지난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우리의 동맹들이 무역협정을 일본과 체결하면서 관세 인하의 혜택을 보고 있다"면서 "반면 미국 농가들은 상당한 불이익을 보고 있다"고 정부가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는 그러면서 특히 호밀 농가들이 수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축산 농가들도 피해를 봤다. 올해 1~3월 미국의 돼지고기 일본 수출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가까이 줄었다. 반면 TPP 협정국의 올해 1월 일본 소고기 수출 규모는 지난해 대비 1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짐 먼로 미 돼지고기 생산자위원회 대변인은 "매출이 이미 감소하는 등 (미국 무역정책의)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오는 4월 1일부터 추가 관세 혜택이 발생하면 미국의 농가들이 더욱 불이익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일본과의 무역협상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약속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FT는 "미국이 집중하고 있는 중국과의 협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면서 "일본과의 협상에 속도가 붙을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9월 양국이 무역협상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협상은 시작하지 않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정상은 최근 "현재 미국과의 협상에 많은 문제가 있다. 상황이 좋지 않으며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모테기 경제재정상은 이르면 다음 달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오는 5월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