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문닫는 美제철소…승자 없는 무역전쟁

정한결 기자
2019.07.30 13:44

수익 악화·수요 감소로 美 제철소 문 닫아…중국산 철강 넘치면서 전 세계 시장 타격

/사진=AFP.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철강 관세가 역효과를 내면서 관세 전쟁의 승자를 가리기 어렵게 됐다. 중국이 생산량을 늘리며 유럽과 다른 아시아 지역이 타격을 입은 반면, 수입을 차단한 미국 역시 철강 수익 및 생산이 줄면서 기대했던 철강 산업 부흥에서 멀어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세계철강협회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철강시장이 미국의 관세정책 여파로 공급 과잉 현상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상반기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은 전년대비 4.9% 오르며 9억2500만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경기부양책으로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를 확대하면서 철강 생산량도 올랐다. 상반기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전년대비 9.9% 증가한 4억9200만톤을 기록하며 전 세계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했다.

그러나 정작 중국의 철강 내수 소비는 확대되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철강 소비가 많은 자동차 등의 산업 역시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넘치는 철강 물량이 해외로 나가면서 상반기 중국의 철강수출은 전년대비 5% 가까이 늘었으며, 아시아 시장에서 열연코일 가격은 지난해 10월 640달러에서 현재 550달러로 하락한 상황이다.

철강 가격이 하락하면서 현지 철강업체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스틸은 본사 직원의 30%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관세로 미국 수출이 어려워진 터키와 러시아산 철강 역시 가까운 유럽시장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 영국 브리티시 스틸은 지난 5월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으며, 전 세계 1위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은 철강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미국도 관세 부과 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지난 3월부터 철강에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차단해왔다. 이에 미 철강업체는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 철강 생산을 늘렸지만 지난해 철강수입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미 자동차 시장이 부진하자 국내 철강 수요가 줄었고, 결국 미 업체의 철강 생산량도 지난 4월부터 줄어들고 있다. 미 최대 철강업체 US스틸은 최근 일리노이주의 고로2기 제철소를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5년 만에 다시 가동을 시작해 기대를 모았지만 수요 및 수익이 감소하자 결단을 내렸다.

US스틸은 월 20만~22만5000톤 정도를 감산하며, 이는 미국 전체 생산량의 3%에 해당하는 양이다. 미 4위업체인 AK스틸도 켄터키주에 있는 제철소를 올해 안으로 폐쇄할 계획이다. 지난달 미 제철소의 가동률은 79.5%로 당초 미 상무부가 목표로 한 80%를 하회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무역 마찰로 수요가 더욱 위축돼 (철강)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 전 세계 경제에 노란불이 켜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제철의 하시모토 에이지 사장은 "무역 전쟁이 계속되는 한 이러한 위험도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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