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갈등으로 시작된 홍콩 시위로 홍콩 공항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공항 폐쇄는 95년 만에 처음으로 시위를 테러리즘으로 규정한 중국 본토에서는 무력 개입을 위한 명분쌓기에 주력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 양광 대변인은 12일 “급진시위대가 경찰을 공격하는 것은 엄중한 범죄이자 테러의 시작”이라며 “홍콩은 중대한 순간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 “폭력을 사용하거나 용인하는 모든 일이 홍콩을 되돌릴 수 없는 길로 내몰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건너편 중국 선전 일대에 지난 10일 무장 경찰이 탄 장갑차와 물대포가 대규모로 집결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홍콩에 대한 무력진압이 임박한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가 모이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는 본토의 병력 투입을 통한 무력 진압 여부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 제2의 텐안먼 사태 재발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홍콩 시위의 시작은 사소한 치정범죄였다. 지난해 2월 한 홍콩인 남성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죽이고 홍콩으로 귀국한 사건이 벌어졌던 것. 홍콩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했지만, 그를 처벌할 방법은 없었다. 홍콩 당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대만 등과 범죄인 인도 조약 체결을 추진한다. 문제는 체결 대상에 중국이 포함되면서 홍콩 시민이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가 이 법을 악용해 홍콩 내 반(反)중국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본토로 잡아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홍콩 행정부의 뻣뻣한 태도도 시위대를 자극했고 지난 6월 4일 ‘톈안먼 사태’ 30주년을 기점으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송환법 입법 중단이 발표됐지만 반정부 시위 성격까지 가미되며 시위행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홍콩 반환 22주년이었던 지난 7월 1일에는 시위대가 홍콩 입법회에 진입하기까지에 이르렀다. 7월 3일에는 시위대가 급기야 홍콩 부두의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다에 버렸고, 이 즈음부터 시위 현장에선 미국 성조기도 자주 등장하며 중국 지도부를 극도로 자극시켰다.
무역전쟁과 환율전쟁의 당사자인 미국이 끼어들고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던 영국과 중국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 주재 미 외교관과 시위 주도자들 간 만남에 대해 거친 비판을 쏟아냈던 중국 언론들은 연일 미국의 배후조종 의혹을 주장했다. 홍콩 시위와 관련해 일국양제 준수를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미국 상원에서 집권 공화당을 이끄는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홍콩에 대한) 어떠한 폭력적 진압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주 홍콩과 바다 건너편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川)에서 1만2000여명의 경찰이 대규모 폭동 진압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6월16일 200만명(시위대 주장)을 정점으로 시위인원은 줄어들고 있지만 시위장소는 입법회, 공항 등으로 중국 본토를 점차 더 자극하고 있다. 중국정법대학 한 교수는 “시위대가 공항을 점거하는 등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는 홍콩 시위를 방치하기엔 상황이 너무 커졌다”며 “머잖아 시위 진압을 위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중국 지도부가 무력진압에 대한 득실을 따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