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평화시위' 기조에도 제2의 '백색테러' 불안

김수현 기자
2019.08.21 15:19

홍콩 시위 대해 의견 물은 뒤 흉기로 피습 등 돌발 사건 잇달아…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 中 억류

'존 레논 벽'이라 불리는 홍콩 북부 신계지역 정관오의 보행용 터널. /사진=로이터

12주째에 접어든 홍콩 시위가 비폭력 양상으로 접어들었지만, 홍콩 내에서 피습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20일 오전 1시30분쯤, 홍콩 북부 신계지역 정관오(將軍澳)의 보행용 터널 안에서 술에 취한 한 남성이 여성 2명과 남성 1명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터널은 홍콩 시위 지지자들이 붙인 응원 메시지들이 부착돼온 장소로, 현지에서는 '존 레논 벽'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 남성은 범행 직전 피해자들에게 '홍콩 시위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며 의견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이들의 답변을 듣자 '더는 참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피해자들을 찌른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는 범행을 저지른 후 곧바로 선전으로 떠났다가 이날 오후 3시쯤 홍콩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용의자가 다시 홍콩에 돌아온 이유와 사건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이다.

피해자 가운데 홍콩이코노믹저널 기자인 26세 여성은 어깨와 등을 찔려 중태에 빠졌다. 다른 35세 여성은 머리를, 24세 남성은 머리와 팔을 다쳤다.

지난 18일에는 홍콩 샤틴 지역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 지도자 중 한 명이 막대기를 든 몇 남성들에게 정체모를 흰 가루를 맞으며 구타당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홍콩 지하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했던 '백색 테러' 사건과 유사하다고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어지는 돌발 사건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홍콩 민주당 소속의 로이 궝천유 의원은 "정부는 우리가 여전히 안전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사이쿵 지역에서는 10명의 자원봉사자들을 지역 각지에 배치해 시민들에게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 와중에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이 중국 본토에 억류돼 영국과 중국의 외교문제로 확산될 우려도 제기된다.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에서 무역투자담당관으로 일하던 사이먼 정(28)은 지난 8일 홍콩과 인접한 중국 선전으로 갔다가 실종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정씨의 억류는 그가 홍콩 시위에 참여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에서 기소하지 않고 개인을 구금하는 '행정적 구금'을 당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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