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으로 변하는 듯했던 홍콩 민주화 시위가 다시 격해졌다. 25일(현지시간) 밤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와 경찰이 도심 곳곳에서 충돌했다. 화염병과 물대포가 등장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상점과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실탄으로 경고사격을 했다. 격돌이 계속되면서 양측 모두 부상자가 속출했다. 시위는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겨우 마무리됐다.
이날 시위는 홍콩 도심 외곽 주택 밀집지역인 췬완 지역에서 시작됐다. 시위대는 애초 이날 오후 2시부터 콰이칭구에 있는 콰이청운동장에서 췬완공원까지 '범죄인 인도 협정'(송환법) 반대,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조사 등을 요구하는 평화적인 행진을 벌일 예정이었다. 많은 비가 내렸으나, 검은 옷을 입고 우산을 든 시민 수천 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당국이 인근 지하철역을 폐쇄하고 경찰력을 대거 배치하자 결국 폭력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시위에 참가했던 일부가 췬완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으며, 레이저를 이용해 경찰의 진압활동을 방해했다. 방독면, 안전모자 등을 갖춘 시위대가 보도블록을 깨 던지기 시작했고, 경찰은 최루탄으로 대항했다. 시위대 쪽에서 경찰을 향해 화염병이 날아들었으며, 일부 시위대는 배드민턴 채를 이용해 경찰이 쏜 최루탄을 다시 돌려보내기도 했다.
시위가 격렬해지자 경찰은 물대포를 발사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5월 프랑스로부터 물대포 발사차 두 대를 수입했으나, 실제로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대포에 밀린 시위대는 장소를 옮겨 시위를 계속했다. 쇠파이프 등으로 본토 출신들이 운영하는 상점을 파괴하고 경찰을 공격했다. 시위대에 둘러싸여 밀리던 일부 경찰은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꺼내 하늘을 향해 경고사격을 했으며, 현장을 취재 중인 기자를 겨누기도 했다. 경찰이 실탄을 쏜 것은 지난 6월 초 시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그만큼 시위가 격렬했다.
밤이 깊어가면서 시위는 샴수이포, 침사추이 등 도심 곳곳으로 확대됐다. 일부 과격 시위대는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있는 크로스하버터널 톨게이트로 몰려가 시설을 공격하고 도망쳤다. 새벽 시위대가 해산하기 시작하면서 이날 시위도 마무리됐으며, 당국은 막혔던 도로를 치우기 시작했다. 월요일 아침 홍콩 시민들의 출근길에는 별다른 혼란은 없었으나, 시위가 벌어졌던 도로에는 쓰레기와 낙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어 전날 밤 격렬한 시위를 짐작게 했다.
홍콩 시위는 오는 31일 다시 대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시위대는 다음 달 주요 대학의 학기 시작을 앞두고 △송환법 철폐 △직선제 시행 △체포된 시위대 석방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경찰 강경 진압 독립적인 조사 등 5대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세력을 최대한 결집한다는 계획이다. 친중파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여전히 시위대의 요구사항을 모두 거부하고 있어, 홍콩 사회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