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 화법쓰는 '아베의 괴벨스'... 日세코 장관은 누구?

김성은 기자
2019.08.31 10:40

[세계人세계IN]對韓 수출규제 이유로 "강제징용 문제→안보상 이유" 오락가락…1·2차 아베 정권 모두서 '핵심측근' '자민당 괴벨스' 별칭도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사진=AFP

수출규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 수출규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처 경제산업성의 수장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대신·장관격)도 관련업계에서만큼은 익숙한 이름이 됐다. 일본 내에서는 홍보전략에 능통하단 의미로 '자민당의 괴벨스'란 별칭까지 얻었는데 최근 일련의 대(對)한 발언들에 있어서는 진의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대목들도 여럿 눈에 띄고 있다.

◇이것은 4차원 화법? 한국과 대화의지, 있는 걸까 없는 걸까=일본에서 지난달부터 단행한 수출규제 강화(일본 정부에서는 수출관리 엄격화 주장)에 관심이 쏠린 만큼 그 키를 쥐고 있는 세코 경산상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국내에서도 속속 보도됐다.

그 와중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말들도 적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규제 강화의 배경이다. 국내에선 강제 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조치라 읽혔고 현재 일본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라고 반복 답하고 있다.

세코 경산상 자신조차도 지난달 3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수출 관리상의 조치를 왜 이 시점에 내놓는가'란 질문에 답변하면서 여러 경위들 중 하나로 "올 들어 지금까지 양국간 쌓아온 우호 협력 관계에 반하는 한국 측 부정적 움직임이 잇따랐다"며 "더구나 옛 조선 반도 출신 노동자(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만족하는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고 관계부처에서 상담한 결과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적은 바 있다. 이는 강제징용 문제와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유추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한달 만인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각의에서 통과시킨 후 세코 경산상은 "이번 각의 결정은 일본의 안보관리를 위한 것"이라며 "한일 관계를 고려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에서 안보관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앵무새처럼 '금수(수출금지) 조치가 아니다' 또는 '대항조치다 아니다'란 점을 반복해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 측이 일본에 대해 반격에 나선 것을 두고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단 반응이다.

세코 경산상은 지난 2~3일 열린 중국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가운데 기자들을 만나 한국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단 방침을 알린 것에 대해 "한국이야말로 냉정히 대응해야 한다"거나 "어떤 이유로 일본을 제외시키는지 상황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선 이를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거나 '내로남불격'이란 지적들이 잇따랐다.

일련의 발언들을 보면 한국과 과연 갈등해결의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는 7월 12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경산성 및 산업부 실무자 회의를 두고 (한국의 주장처럼) 협의가 아닌 설명회였고 이를 바로잡아야만 양측 대화가 가능하단 식의 전제조건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본과 한국 측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인데다 우리 정부로선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인정하란 식으로 밖엔 해석할 수 없기에 일본 정부가 과연 대화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진=로이터

◇"일본 일으킬 지도자는 아베"…과거 인터뷰에서 '분골쇄신' 의지 다져=수출규제에 있어서 일본 정부의 사실상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세코 경산상은 홍보전략 전문가이기도 하다.

1962년 11월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했으며 1986년 일본 와세다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일본전신전화(NTT)에 입사했으며 다시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기업홍보 석사학위를 취득, 회사로 돌아와 본사의 홍보부 보도담당을 지내기도 했다.

1998년 정치인이던 백부의 작고 이후, 그의 지역구를 물려받기 위해 와카야마현 선거구 참의원 선거에 자유민주당 공천으로 출마·당선되면서 정치계에 발을 들였다. 그 후 전공을 살려 2005년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 내 미디어 전략을 담당키도 했다.

2006년 9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각 보좌관으로서 각국 정상회담에 수행하는 등 아베 총리 1차 정권에서 총리 보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베 총리와 세코 경산상과의 합은 상당히 잘 맞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2012년,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로서 2차 정권을 이끌기 직전인 그 해 4월, 산케이에 실린 인터뷰를 보면 세코 경산상은 "아베상을 깊이 존경하고 지금의 지도자 중에서 그 밖에는 일본을 본디 모습으로 다시 세울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가 (자민당 총재로) 나서준다면 참모로서 분골쇄신으로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2012년 9월부터 재집권한 이후 세코 경산상은 같은 해 12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일본 내각관방 부장관을 역임했는데 2016년 6월22일 기준 재임 기간이 1275일을 기록, 정무담당 부장관으로서는 역대 '최장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세코 경산상은 인상에 남는 일로 '아베노믹스 추진, 도쿄 올림픽 유치, 테러나 자연재해에서의 위기 관리' 등을 들었다.

세코 경산상은 '참모'라 불리는 것은 칭찬이라 생각하지만 독일 나치의 선전부장 괴벨스에 빗대 '자민당의 괴벨스'나 '아베의 괴벨스'라 불리는 것에 대해선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으로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해 국내에선 '외교 결례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2017년 도쿄에서 '리드 이그지비션 재팬' 주최로 열린 '제 30회 국제 안경 전시회(IOFT·INTERNATIONAL OPTICAL FAIR TOKYO)'에서 수요 환기를 목적으로 진행된 이벤트 '일본 안경 베스트 드레서 시상식'의 '정치권' 부문에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안경을 쓰고 있다"며 "부모님은 '안경의 렌즈와 프레임에만큼은 돈을 아끼지 말라'가 교육 방침이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40여년 뒤 그가 깊숙하게 관여한 한일의 극한 갈등은 한국이 국가간 협약을 깼다며 약속 안 지키는 국가로 내모는 프레임 대결이기도 하다. 그와 그가 헌신적으로 모시는 아베 총리가 주도하는 한일 대결 구도에서 굴절된 프레임을 걷어낸다면 한일 양국은 어떤 해법을 찾을까.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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