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엡스타인 유산 6800억원… 피해자에 쓸까

김수현 기자
2019.11.16 11:00

성폭행 피해자 위한 기금 조성 추진

제프리 엡스타인(66). /사진=로이터

미성년자 성범죄로 수감됐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의 유산이 성폭행 피해자를 위한 기금 조성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엡스타인의 유언집행자들은 이날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고등법원에 이러한 방안을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엡스타인의 유산은 5억7700만달러(약 6800억원)인데 버진아일랜드 고등법원이 이를 관리 감독하고 있다.

이 기금이 조성되면 미국 변호사 케네스 파인버그가 관리를 맡을 예정이다. 파인버그는 9.11 테러 피해자와 영국 석유회사 BP의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 피해 보상기금 관리를 맡은 경력이 있다. 최근에는 보잉 737맥스 여객기 추락사고 유족의 보상기금 관리를 맡기도 했다.

조성될 기금의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파인버그 측은 보상 청구인의 입증요건, 지급액 산정 기준 및 기간 등을 정하기 위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스스로 '엡스타인 피해자'라고 나선 여성은 60명이 넘는다.

엡스타인은 많은 돈과 고위층 인맥을 이용해 아동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와 미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어왔다. 그는 2002~2005년 최소 20여명의 미성년자를 뉴욕과 플로리다 팜비치의 별장으로 불러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45년의 징역형이 예상됐다. 하지만 그의 성매매에 관한 세부사항이 담긴 법률 서류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엡스타인은 사망하기 이틀 전 모든 재산을 신탁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는 사망 이틀 전인 지난 8월 8일,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법정 문서를 제출하면서 모든 재산을 '1953 트러스트'에 신탁했다. 1953은 그가 태어난 연도다. 엡스타인은 법적으로 결혼한 적이 없고 알려진 자식도 없다.

엡스타인의 사망으로 형사소추가 종료돼 형사재판 결과에 따른 재산몰수도 불가능해졌다. 대신 피해자들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에 착수한 상태다. 복수의 피해자를 대변하는 브래드 에드워즈 변호사는 "만약 이 기금에 엡스타인의 모든 자산을 포함시킨다면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는 그 소송들을 신속하게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어느 쪽이든 지체없이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를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엡스타인의 유언집행자들은 기금 조성안이 소송을 통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보상을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금조성 허가 신청서에서 "민사 소송을 통한 것보다 훨씬 더 시기적절하게 청구인에게 해결과 보상을 보장해줄 것"이라면서 "곧 청구 신청 마감일과 절차, 자격 규정 등에 대한 정보를 마련해 온라인에 게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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