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급증한 지 1주일 정도만에 홍콩 정부가 '적색 여행경보'를 발령하고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시켰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지만 본토인에 대한 입경제한 조치를 뒤늦게 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홍콩 내부에서도 홍콩 정부의 '이중잣대'에 대한 비난이 나오고 있다.
25일 외교부 해외안전여행에 따르면 이날 6시(한국시각 7시)부터 한국에서 출발하거나 14일 내 한국을 방문한 홍콩 비거주자(non-resident)는 한국인·외국인을 불문하고 입국이 불가하다. 홍콩거주자(resident)의 경우 입국이 가능하나 대구·경북지역 방문여부에 따라 격리조치된다.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퍼지는 데 따른 조치다. 홍콩 정부는 주민들에게 한국 여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이날 오전 6시부터 한국에서 오는 비홍콩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홍콩 정부의 발빠른 조치는 과거 중국 본토인에 적용했던 대응과 다르다는 점에서 홍콩 내부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 중국 전역으로 전염병이 퍼져 나갔지만 홍콩 정부는 중국인의 입경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중국 본토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홍콩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처음으로 발생하자 지난 4일에서야 중국 본토인에 대한 입경통제에 나섰다. 중국을 방문했던 여행객과 홍콩 시민을 대상으로 2주간 격리 조치를 하는 것이었는데 전면적인 입경조치는 아니었다.
홍콩 내부에선 중국 본토인에 대해서 늑장 조처를 했던 홍콩 정부가 한국에 대해 전면적인 입경 금지 조처를 한 것에 대해 '이중잣대'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콩의 빈과일보는 이날 1면 톱 기사로 "중국 본토인에 대해서는 문을 활짝 열어놓던 캐리 람이 한국에 대해 문을 닫아걸다: 야당, 이중잣대 비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빈과일보는 "차별적이라며 내부봉쇄를 거부했던 캐리람 행정장관이 한국에 대해선 적색경보를 발령했다"며 "홍콩의 이중잣대 대응에 대한 질타하는 학자도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입경 금지는 한국인을 차별하는 것이냐"며 "홍콩 정부는 중국 본토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입경 금지를 하고, 일본과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여행경보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콩은 일본·이탈리아엔 아직 입국금지 조치는 내리지 않은 대신 이 지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들에게 14일간 격리를 요구했다.
홍콩 내부에선 홍콩 이같은 조치가 생명보다 정치를 우선한 것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홍콩 야당인 공민당도 "이번 조치는 중국 본토인에 대해서는 미움을 사지 못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미움을 살 수 있다는 뜻이냐"며 "홍콩 정부의 조치는 엉망이며, 근거를 상실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