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이란 전쟁이 곧 4주차를 맞는 가운데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미국 증시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19일(현지시간)엔 S&P500지수가 6606으로 마감하며 6619인 200일 이동평균선(이평선)을 하회했다. S&P500지수가 200일 이평선 밑에서 마감하기는 지난해 5월9일 이후 처음이다. 강세장을 이어오던 상황에서 200일 이평선 하향 이탈은 기술적으로 추가 약세 신호로 해석된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기술적 전략가인 애덤 턴퀴스트는 "강세장이 끝났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며 "S&P500지수는 여전히 사상최고치 대비 5%가량 하락한 수준이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의 전개 상황은 증시에서 추가 매도 가능성을 시사하며 특히 시장 내부의 강세 흐름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시장 체력이 급격히 약화됐다는 사실은 올초까지 증시 랠리를 주도했던 S&P500지수 내 통신서비스와 재량소비, 정보기술(IT) 섹터에서 전체 종목의 80% 이상이 하락 추세란 점에서 드러난다. 금융 섹터 역시 약 76%의 종목이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S&P500지수에서 하락 종목의 수가 상승 종목의 수보다 더 많아지면서 시장의 강세 균형이 무너진 점도 주목된다.
이런 상황은 S&P500지수가 지난 1월27일에 기록한 사상최고치 6978.60 대비 10% 이상 하락하는 조정장에 들어설 가능성을 열어둔다. 더 나아가 증시가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하는 침체장 진입 가능성에 대한 얘기도 월가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카슨그룹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라이언 디트릭은 "유가 상승과 중동 분쟁 장기화라는 전형적인 악재가 계속해서 시장을 억누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옵션시장에서 콜 옵션 대비 풋 옵션 비율이 급등하며 시장 하락 베팅이 과도하게 많이지고 거의 모든 업종이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마침내 {주가 하락에 대한 공포로 주식을 내던지는} 항복성 투매의 신호가 보인다"고 말했다.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키스 러너는 단기적으로 S&P500지수의 6500선 지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6500마저 깨지면 시장에 더 큰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대 유가와 △2년물 국채수익률의 기준금리 상단 돌파, △국채수익률 곡선의 베어 플래트닝(Bear Flattening)이 동시에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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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중동에서 석유와 가스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확대되며 글로벌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한 때 119달러를 넘어섰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도 한 때 100달러를 돌파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는 중동 분쟁 중에서도 가격이 하락하며 수익률이 오르고 있다. 이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를 인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준의 통화정책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2년물 국채수익률은 이날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의 상단인 3.75%를 넘어섰다. 2년물 국채수익률은 이날 오전 8시25분에 3.930%까지 올랐다가 오후 3시에 3.816%로 상승폭을 줄였지만 여전히 기준금리 상단을 넘어섰다.
페드워치 어드바이저스의 설립자인 벤 에몬스는 자신은 동의하지 않지만 "현재 2년물 국채수익률은 연준이 향후 수년 내에 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갈 것이란 시나리오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는 올해 말까지 금리가 한번 인상될 가능성이 6.6% 반영돼 있다.
베어 플래트닝은 단기 국채수익률이 장기 국채수익률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면서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완만해지는 현상으로 국채수익률 곡선의 약세 평탄화라고 한다. 베어 플래트닝은 통상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려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거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 때 나타난다.
미국 국채수익률 곡선의 베어 플래트닝은 이미 지난 2월 초부터 시작됐다. 이날도 2년물 국채수익률이 큰 폭으로 뛰어오른 반면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025%포인트 오른 4.28%에 그쳐 2년물 국채수익률과의 차이(스프레드)가 전일 0.515%포인트에서 0.451%포인트로 더 축소됐다. 2월 초만 해도 2년물과 10년물 국채수익률 사이의 스프레드는 0.74%포인트였다.
이 3가지 현상이 마지막으로 동시에 나타난 것은 2008년 늦봄이었고 약 4~5개월 뒤에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금융위기의 가장 심각한 국면이 시작됐다. 2008년에 S&P500지수는 38.5% 하락했다.
이날 18년만에 3가지 불길한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기 전에도 이란 분쟁으로 유가가 치솟기 시작하면서 이미 월가에선 현재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2008년 7월엔 국제 유가가 한 때 147달러까지 오르며 1년 전 70달러선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생각나는 또 다른 이유는 사모신용 시장의 긴장이다. 사모신용 펀드는 운용사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레버리지(차입)를 더해 은행 대출이 어려운 기업에 빌려주는 상품이다.
사모신용 시장은 AI(인공지능) 발달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수익이 타격을 받아 대출이 부실해질 것이란 우려로 환매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사모신용 시장에서 소트프웨어 산업의 대출 비중은 25~30%로 추정된다.
이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관련 증권에서의 환매 요구 증가와 닮았다는 지적이다.
통화정책 분석(Monetary Policy Analytics)의 이코노미스트인 더렉 탕은 "현재 상황은 금융 시스템에 균열이 나타났던 2007~2008년을 떠올리게 한다"며 "지금은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리스크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 상승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어 "사람들이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일엔 미국 증시에 특별히 예정된 주요 일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