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이 내려가니 소비자들에겐 좋다!"
9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20%이상 대폭락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트윗을 남겼다. 이날 뉴욕 증시 S&P500지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우려에 유가 충격까지 '이중 펀치'를 맞으며 개장 직후 7%대 폭락하고, 22년만에 '서킷 브레이커'까지 발동되자 애써 긍정적인 점을 언급한 것이다.
그동안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기 위해 산유국들에게 저유가를 유지하라고 압박해오던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이 얼떨결에 이루어졌지만, 이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이번 유가 폭락 사태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다툼으로 일어났고, 이중 가장 버틸 수 있는 여력이 큰 것은 미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겐 '재선'이란 시계가 돌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의 '오일전쟁' 선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난문제를 안겼다고 보도했다.
이번 폭락은 셰일오일 생산 기반이 있는 텍사스와 노스다코다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인 경영난을 일으킬 수 있는 충격파라는 예상이다. 이들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0~50달러 안팎으로 알려져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줄도산과 함께 미국의 성장률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
2014년 유가 폭락 사태 당시에도 미 정유사들은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중소업체는 줄줄이 파산했고, 엑손모빌 같은 대형 정유사들도 자산 매각으로 간신히 버텼다. 다만 그때보단 정유업체들이 채산성을 많이 끌어올린 데다가 다양한 헤지 전략도 갖추고 있어 타격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함께 뉴스위크는 미국이 세계 1위 산유국이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셰일오일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여년간 10% 정도로까지 커졌기 때문에 정유사들이 채무불이행(디폴트)나 인원 감축 등을 실시할 경우 경제에 줄 여파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 경제성과를 내세우는데, 유가 충격은 이러한 성과를 찾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정유사들의 경영난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이탈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이 담긴 트윗과는 다르게 각종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간스탠리는 이날 초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최대 0.35%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도 "과거엔 유가 하락이 경제에 슬램덩크와 같은 엄청난 긍정적 효과를 줬지만 지금은 기껏해야 제자리 걸음"이라고 했다.
포린폴리시(FP)는 "유권자들이 그동안 저유가를 크게 반겼다던 과거 사례들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가격 폭락이 경제까지 같이 끌어내리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코로나19가 저유가로 인한 장점을 모두 잠식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로 저유가 수혜업종인 항공업이 줄줄이 운항을 못하는 가운데, 소비자들도 재택근무를 하거나 야외활동을 줄이게 되면서 휘발유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