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6월7일. 서울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에서 중년 남성이 여자아이의 어깨를 감싼 채 교문을 나섰다. 누가 봐도 평범한 부녀지간처럼 보였지만 남성은 아버지가 아닌 아동 성범죄자 김수철(당시 45세)이었다. 대낮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납치·성폭행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조두순 사건 이후 불과 1년6개월 만에 발생한 이 사건을 계기로 학교 보안과 성범죄자 관리 체계도 대대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월요일이었던 사건 당일 아침. 일용직 노동자였던 김수철은 인력시장에 나갔다가 일거리를 찾지 못하자 일꾼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한 김수철은 집으로 향하는 대신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시각 해당 초등학교에서는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 흐르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교문이 개방돼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만취 상태로 학교에 들어서는 김수철을 아무도 수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김수철은 1시간 가까이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그러던 중 운동장에서 교실로 향하던 초등학교 2학년 A양을 발견했다. 김수철은 커터칼을 꺼내 A양 옆구리에 들이대며 "조용히 하라"고 위협한 뒤 어깨를 감싼 채 학교를 빠져나왔다.
공포에 질린 A양은 저항하지 못했다. 김수철은 A양이 순순히 따라오자 흉기를 주머니에 넣고 나란히 길을 걸었다. 주민들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훗날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딸을 데리고 가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김수철은 학교에서 약 460m 떨어진 자신의 집에 도착하자 A양이 위치를 기억하지 못하도록 눈을 가렸다. 범행을 저지른 김수철은 그대로 잠들었고 이 틈을 타 탈출한 A양은 울면서 학교로 돌아갔다. 교사는 A양을 병원에 데려간 뒤 경찰과 부모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중상을 입은 A양은 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은 데 이어 추가 수술만 6차례 더 받아야 했다. 반면 김수철은 태연했다. 오후 2시쯤 잠에서 깬 그는 A양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도 동네 식당에서 냉면을 먹고 사우나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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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A양 진술을 토대로 범인을 추적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색 중인 경찰과 마주친 김수철은 커터칼을 꺼내 들고 격렬하게 저항했고, 자신의 목과 턱에 흉기를 들이대며 자해도 시도했으나 결국 검거됐다.

김수철은 범행 책임을 술에 돌렸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맥주 마시면 성욕이 생긴다"며 "범행 당시 술 취해 정신이 없었다. 술이 원수"라고 진술했다. 현장검증에서는 "내 안에 욕망의 괴물이 있다", "죽을죄를 지었다"고 했다. 그러나 범행한 뒤 잠든 이유에 대해서는 "(성폭행하고) 기분이 좋아 잠들었다"고 말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조사 결과 김수철은 '전과 12범'으로 드러났다. 22세였던 1987년에는 부산 한 가정집에 침입해 남편을 결박한 뒤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2002년 만기 출소한 뒤에도 범죄는 계속됐다. 김수철은 2006년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15세 남학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2007년에는 폭행 혐의로 다시 수감됐다.
그런데도 김수철은 경찰의 '성범죄 우범자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조두순 사건(2008년 12월)과 김길태 사건(2010년 2월) 이후 성범죄자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를 강화했다. 그러나 관리 대상을 '1990년 이후 성범죄 전력자'로 제한하면서 1987년 성범죄로 복역한 김수철은 관리망에서 제외됐다. 감시망을 피한 김씨는 결국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었다.

재판에 넘겨진 김수철은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0년 8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 아동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신체적 상처를 남겼다. 사회로 복귀하면 더 잔인하고 무차별적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0년간 신상정보 공개와 30년간 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김수철은 불우한 환경 등을 내세워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은 학교에서 아동을 납치해 성폭행함으로써 6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받게 했다. 범행 중대성과 범죄 전력 등을 고려하면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후 김수철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현재도 김수철은 복역 중이다. A양 어머니는 선고 직후 "딸은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한다. 만약 김수철이 용서를 빌러 나타난다면 내 손으로 꼭 죽일 것"이라며 "이런 악마를 왜 살려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아이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학교에서 범행이 발생하자 학부모들은 충격에 빠졌다. 교육 당국에는 학교 보안 문제에 대한 항의가 빗발쳤다.
교육 당국은 전국 시·도교육청에 학교 출입 통제를 강화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2011년부터는 학교 보안관 제도를 시행해 외부인 출입을 막았고, 방문객들은 신분과 출입 목적을 확인받아야 했다.
성범죄자 관리 제도도 강화됐다. 국회는 '성범죄자 성충동 약물치료법'(화학적 거세법)을 통과시켰다.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를 소급해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법'(전자발찌법) 개정안도 만들었다.
2012년 8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김성곤 부장판사)는 A양 가족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89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