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쿠바 압박 강화하는 미국
![[아바나=AP/뉴시스] 28일(현지 시간) 쿠바 아바나 주민이 대형 급수차에서 물을 받고 있다. 2026.05.29.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6/2026060415231967637_1.jpg)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달 28일 이르면 올여름 쿠바 체제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작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올해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이후 쿠바에 대해서도 원유·연료 공급을 차단하는 등으로 압박을 강화했다. 이후 전기와 가스가 부족해진 쿠바 주민들은 장작이나 땔감에 의존하거나 식수 공급을 제때 받지 못하는 등 극심한 생활난에 시달리고 있다. 1960년대부터 이어진 미국의 포괄적 무역 금수 조치에 더해 제재가 확대되면서 쿠바 경제는 붕괴 위기에 내몰렸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미국이 쿠바 정권 압박을 강화하는 배경을 살펴봤다.
대쿠바 제재와 압박 수위 강화 배경으로 미국의 중남미 패권 확보 전략이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과 국가방위전략(NDS)을 통해 미국의 안보·방위 전략상 우선순위를 기존 인도·태평양 중심에서 본토 및 서반구 방어 중심으로 전환했다. '돈로 독트린(도널드 트럼프와 먼로 독트린의 합성어)'으로 불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전략은 남·북미 아메리카 대륙을 잇는 서반구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경쟁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미국의 우위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쿠바는 미국의 중남미 패권 전략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플로리다주 남쪽에 인접할 뿐 아니라 대서양과 멕시코만, 카리브해가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베네수엘라와 함께 대표적인 반미 성향 국가로, 냉전 시기에는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 건설을 시도하면서 미∙소 양국이 핵전쟁 직전까지 가는 '쿠바 미사일 위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쿠바를 통해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카리브해의 물류와 에너지 운송망 안정화 역시 미국의 패권 전략에서 중요하다. 쿠바와 인접한 멕시코만과 플로리다 인근 해역에는 미국산 원유를 세계로 수출하는 주요 해상 터미널이 자리하고 있다. 루이지애나 연안 터미널은 초대형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핵심 수출 거점이며, 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항은 미국 최대 원유 수출항으로 꼽힌다. 이곳을 통해 하루 수백만 배럴의 원유가 유럽과 아시아 등지로 운송된다. 또 멕시코만 연안의 거대 암염돔 지대에는 수억 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 시설도 위치해 있다. 따라서 카리브해에서 파나마 운하로 이어지는 해상 운송망, 그리고 중간에 위치한 쿠바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민감한 지역일 수밖에 없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쿠바를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중남미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복원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정책"이라며 "리스크가 큰 군사작전보다는 경제적 압박을 통해 대표적인 반미 정권인 쿠바가 항복하는 그림을 트럼프와 측근들이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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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를 강하게 압박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 미국 중간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대쿠바 강경책이 플로리다의 쿠바계 유권자뿐 아니라 베네수엘라계 등 반공 성향이 강한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플로리다는 과거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대표적 '스윙스테이트(경합주)'였지만, 최근에는 트럼프와 공화당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대선에서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 등 남부 플로리다의 쿠바계 표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이끈 주요 동력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지난 12월 이러한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30년 만에 승리를 거두고, 올해 3월에는 트럼프 대통령 자택인 마러라고가 위치한 팜비치 카운티 주의회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하는 등의 결과가 나타나자 공화당으로서는 쿠바계와 반공∙보수 성향의 히스패닉 표심을 다시 결집시킬 필요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하상섭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와 공화당으로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플로리다와 마이애미의 쿠바계 이민공동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 쿠바 공산정권의 피해자인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정권교체와 함께 쿠바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회복"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쿠바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MAGA 진영 내부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친트럼프 강경파는 쿠바 압박을 공산정권을 흔드는 정당한 '최대 압박' 전략으로 본다. 이들에게 쿠바는 미국 앞마당에 있는 반미 거점이며, 군사 행동을 포함한 쿠바 정권에 대한 압박은 도덕적·전략적 정당성을 갖는다.
반면 MAGA 내부의 비개입주의 흐름은 해외 정권교체와 군사 개입에 회의적이다. 이들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의 사례를 떠올리며 군사적 개입이나 정권교체 시도가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본다. MAGA 진영의 주요 매체인 'The American Conservative'는 쿠바 정권교체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오래된 개인적 목표였다며, 그가 트럼프 외교정책의 핵심 인물로 부상하면서 MAGA의 비개입주의보다 강경한 대외정책이 강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MAGA 여론의 분열은 트럼프 대통령의 쿠바 정책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와 같은 전면적인 침공이나 군사 작전보다는 제재와 에너지 봉쇄, 인도주의 지원 등을 결합한 절충형 압박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민 교수는 "현재 이란 전쟁도 제대로 마무리 안된 상황에서 다수의 MAGA 지지자들도 전쟁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쿠바에 대한 군사적 행동 가능성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쿠바에 대해서도 군사 작전이 아니라 경제적 압박과 외교 협상을 통해 정권 교체나 친미 정권 수립이 이뤄지게 된다면 향후 중간선거에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