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브루스 존스·다이애나 파즈 가르시아·제프리 펠트먼 브루킹스연구소 스트로브 탈보트 안보전략 기술센터 연구원, '누구의 지배인가? 트럼프 시대의 질서에 대한 상반된 개념들' 보고서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백악관 각료실(Cabinet Room)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05.28.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6/2026060513343318596_1.jpg)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 이후 기존 미국 중심의 다자주의가 쇠퇴하면서 향후 서방과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저개발·개도국) 중심의 다자주의와 미국의 일방주의가 충돌하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도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브루스 존스, 다이애나 파즈 가르시아, 제프리 펠트먼 등 브루킹스연구소 스트로브 탈보트 안보·전략·기술센터 연구원들은 최근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 '누구의 지배인가? 트럼프 시대의 질서에 대한 상반된 개념들(Who rules? Competing concepts of order in the age of Trump)'을 통해 "미국 중심의 다자주의는 트럼프에 의해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미국의 일방주의가 서방 및 글로벌 사우스 중심의 다자주의와 충돌하면서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국제질서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먼저 냉전 종식 이후 다자주의 질서가 사실상 서방, 특히 미국의 압도적 힘을 바탕으로 형성됐다고 짚었다. 유엔(UN),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보편적인 규칙 기반 질서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일본,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이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자금과 외교력을 동원해 평화유지 활동, 인도주의 대응, 무역 안정화, 감염병 대응, 개발 금융 등에 기여했고, 이는 냉전 이후 국제질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다자주의 질서에는 균열이 발생했고 글로벌 사우스가 부상했다. 특히 브라질은 주요 20개국(G20), 브릭스(BRICS),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등을 활용해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성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취했다. 또 기후 금융, 다자개발은행 개혁, IMF 개혁, 친환경 개발 등의 이슈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참여 확대를 주장하며 이른바 '포용적 다자주의'를 주도했다. 다만 보고서는 글로벌 사우스가 포용적 다자주의라는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정책과 전략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서방 주도 질서를 대체할 만큼 결속력 있는 대안 질서를 구축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한편 서방에서는 캐나다가 새로운 다자주의를 주도하는 핵심 국가로 떠올랐다. 캐나다는 2025년 G7 의장국으로서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미국을 다시 다자주의의 틀 안에 끌어들이려 했다. 실제로 캐나다는 G7을 통해 핵심 광물, 양자기술, 공급망,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서 성과를 냈고, 한국, 호주, 브라질,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도 강화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제재로 동맹국을 압박했고, 우크라이나 지원보다 러시아와의 협상에 무게를 두는 등 기존 거시경제, 안보, 국제 규칙을 조율해 온 서방 다자주의의 전통과 충돌했다. 보고서는 "결국 캐나다는 기존의 규칙 기반 질서가 허울뿐이며 새로운 형태의 다자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힘에 기반한 다자주의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기존 다자주의 질서를 주도하면서도 실제로는 양면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자주의 질서의 설계자이자 최대 후원자였지만 자신이 만든 규칙이 미국의 주권과 행동을 제약한다고 판단할 때마다 이를 거부하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미국은 어떤 영역에서는 다자주의를 적극적으로 이끌었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규칙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거나 예외를 요구했다. 저자들은 이를 미국의 '모호한 리더십'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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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러한 미국의 모호한 리더십은 더욱 약화됐다고 짚었다. 나토에 대한 비판과 방위비 압박,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시도, 기후변화협정 이탈 등은 미국이 더 이상 다자주의 질서를 국제질서와 외교의 핵심 기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에 접어들면서 국제기구와 조약 참여에 대해 전면 검토하기 시작됐고, WHO와 유네스코(UNESCO) 등에서 탈퇴하거나 유엔과 국제기구에 대한 재정 지원을 대폭 삭감했다. 보고서는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다자주의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국제금융기구, 항공·통신·지식재산권 기구 등 핵심 영역의 참여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미국의 모호한 리더십이 단순한 고립주의는 아니라고도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해외 개입 자체를 줄이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힘이 다자주의 규칙에 의해 제약받는 상황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이란, 가자지구 사례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적 정당성이나 동맹국과의 조율 없이도 군사력과 외교적 압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를 두고 저자들은 미국이 세계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규칙과 자제의 틀 밖에서 힘을 행사하려 한다는 점에서 더 불안정한 변화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향후 국제질서를 △미국 없는 자유주의 질서(서방과 일부 신흥국 주도하는 자유주의 질서) △거버넌스의 지역화(지역 중견국 중심의 안보 경제, 외교 등 분산된 질서) △BRICS 플러스 부상 (BRICS의 결속 강화와 대안적 체제로 발전) △분열과 다극화된 혼란(다자기구의 기능 상실과 강압 외교 및 일방주의 확산) 의 네 가지 시나리오로 전망했다.
저자들은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국제질서 속에서도 다자주의의 핵심 제도가 완전히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긴장 완화와 충돌 방지, 인도주의 대응, 미래 질서 회복의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자기구와 제도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