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이란 보건 당국은 지난 24시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75명 증가해 누적 확진자가 1만7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 누적 사망자 수는 429명이다.
이 때문에 이란은 중동 내 코로나19 전파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에서 중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3번째로 감염자 수가 많다. 중동 지역에서도 유독 이란이 빠른 확산세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이래 이란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높아졌다. 중국과의 교류가 잦을 수밖에 없다. 실제 이란 코로나19 첫 사망자도 중국에 다녀온 상인이었다. 중국에서 사업차 이란을 방문하는 중국인 수도 상당하다.
이란 무역업자들은 중국에서 생필품 등 각종 제품을 대규모 수입해 자국뿐 아니라 중동 국가에 팔아왔다. 이란에는 중국 대도시뿐 아니라 소도시로 가는 저비용항공편이 마련돼있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7월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3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도 했다.
최근 이란 당국 지도부까지 줄줄이 감염된 원인도 중국과의 교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11일 에샤크 자한기리 이란 수석부통령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마수메 엡테카르 부통령도 확진을 받았다. 앞서 알리 아스가르 무네선 관광부장관과 레자 라흐마니 상공부장관 등 2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고, 코로나19로 사망한 고위 인사도 3명이다.
이란 정부는 지난달 27일에서야 중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의 오랜 경제제재로 의약품 공급이 어려운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란은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병상 수가 1.5개로 공공의료체계가 열악한 수준이다.
미국이 지난해 9월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넣으면서 이란은 외국과 의료품 등 인도주의적 물품 거래도 할 수 없게 됐다. 기존 제재 조항상 의약품 등은 제재 예외 대상이나 수입 시 대금 결제를 이란 중앙은행이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란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스만 다르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세계보건부문 책임자는 CNBC에 "대이란 제재로 인해 의료장비가 부족해 일부 주변국보다 대응능력이 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7일 이란이 중앙은행을 통해 인도주의적 물품을 거래할 때로 한정해 일반면허면제를 발급하는 등 제재를 일부 완화했다.
이란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스크(이슬람교의 예배당) 예배 방식도 원인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신자들은 서로 몸이 닿을 만큼 다닥다닥 붙어 예배를 보기 때문에 밀접 접촉률이 높다.
이란 정부가 지난달 28일부터 수도 테헤란과 성지순례지인 콤 등에서 ‘금요대예배’를 취소한 이유다.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탄생한 이슬람 공화국에서 금요대예배가 중단된 건 사상 처음이다.
실제 콤을 다녀간 중동 다른 국가들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예배 방식이 바이러스 확산을 촉진했다는 분석에 힘을 실었다. 이란 내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중동 지역 전체 감염자는 1만 명에 육박했다. 중동 15개 국가에서 9933명이 확진을 받았다.
지난 달 21일 총선을 강행하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집권 세력이 선거에만 몰두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 조짐을 보이던 코로나19에 관련해선 소홀하게 대처했단 것이다. 또 방역과 소독 작업, 마스크 없이 전국의 수백 만명이 투표소에 몰리면서 바이러스가 전파한 측면도 있다. 실제 증가 폭을 보면 총선 전 50명 아래 였던 확진자가 총선 이후 급증했다.
이란 의료진 가운데서도 10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의료진이 갖춰야 할 방호복, 위생 장비 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와중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코로나19와 싸우다 목숨을 잃은 의료진 이름 앞에 '샤히드'(순교자)라는 호칭을 붙이기로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