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도 미중 경쟁은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반도체 등 핵심 전략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을 추진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 못지 않게 중국 압박에 나선 상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 주에 비로소 첫 화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당분간 미중 전략경쟁은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렸듯이 TSMC로 인해 대만 역시 글로벌 경제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상장기업을 통해서 양국 경제와 금융을 살펴보자.
먼저 살펴야 할 건 주식시장 크기. 자본주의 진영의 맹주인 미국이 훨씬 크다. 지난 8월말 기준, 미국 뉴욕증시(NYSE)와 나스닥 상장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각각 26조6400억 달러와 23조4600억 달러로 총 50조 달러(약 5경9000조원)에 달한다.
중국은 상하이거래소(7.63조달러), 홍콩거래소(6조달러), 선전거래소(5.74조달러) 등 세 개 거래소가 있으며 시가총액 합계는 약 19조4000억 달러(약 2경2900조원)으로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중 증시의 규모 차이는 가계자산 구성의 영향이 큰데, 양국 10대 상장기업을 먼저 살펴보고 나서 알아보자.
미국 10대 상장기업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글로벌 기업이 많다. 지난 9일 기준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2조5220억 달러(약 2976조원)로 1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은 애플(2조4740억 달러), 구글(1조9790억 달러), 아마존(1조8130억 달러)이 2~4위를 차지했다. 구체적인 업종은 소프트웨어(MS), 소비재(애플), 검색(구글), 전자상거래(아마존)다.
5위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인 테슬라가 차지했다. 테슬라 주가는 1200달러를 돌파한 뒤 1000달러 초반대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시가총액이 1조270억 달러(1212조원)에 달한다. 메타(구 페이스북)가 6위, 엔비디아가 7위를 차지하는 등 기술주가 1~7위를 모두 휩쓸었다.
8위부터는 금융업종에 속하는 버크셔해서웨이, JP모건체이스 및 비자가 나란히 뒤를 이었다.
특히 미국 상장기업들은 글로벌 상장기업 순위에서도 3위인 아람코(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 1~9위를 석권하면서 중국 상장기업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중국 최대 게임·SNS업체 텐센트가 시가총액 5743억 달러(약 678조원)으로 1위를 기록했지만, 글로벌 상장기업 순위에서는 11위에 그치는 등 미국 상장기업과의 규모 차이가 컸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4343억 달러(512조원)로 2위를 차지했다.
중국 2대 인터넷업체인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글로벌 10대 상장기업 안에 들어갈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올해 중국 정부가 인터넷 업체에 대한 강도높은 규제책을 연달아 내놓으며 시총이 4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3위는 중국 바이주(白酒)업체 마오타이, 4위는 중국 최대 국유은행인 공상은행이 차지했다. 중국은 공상은행 외에도 초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이 10위권 안에 진입하는 등 은행 비중이 컸다.
중국 10대 상장기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5위를 기록한 CATL(배터리)와 10위를 기록한 BYD(전기차)다. 양사는 중국 제조업체 중 유일하게 10위권 안에 진입한 종목으로서 중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제조업 육성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성장세가 빨라졌다.
미국, 영국 등 앵글로색슨 국가들은 직접 금융 위주인 주식시장이 발달한 반면,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간접 금융 위주인 은행이 발달했는데, 중국 역시 후자와 유사한 점이 많다. 중국 10대 상장기업 중 은행이 네 개 포함된 것과 같은 이유다.
같은 이유로 주식시장 상승폭도 미국이 더 컸다. 지난 9일 미국 S&P500 지수는 4685.25로 장을 마감했으며 지난 5년간 상승폭은 116.5%에 달했다. 같은 날 상하이종합지수는 3507.00로 거래를 마쳤으며 5년 동안 9.7% 오르는 데 그쳤다. 5년 동안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한 셈이다.
중국 주식시장 상승폭이 미국보다 뒤지는 데에는 양국의 가계자산 구성이 상이한 영향도 크다. 중국인민은행이 발표한 '2019년 중국도시주민 가계자산부채 현황조사'에 따르면 가계자산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중이 80%에 달했으며 나머지 20%를 차지하는 금융자산도 대부분 예금이 차지했다.
반면 2019년 미국 가계자산 구성을 살펴보면 비금융자산 비중은 28%에 불과했으며 금융자산 비중이 72%에 달했다. 특히 금융자산(100%) 중 주식·펀드 등 위험자산 비중이 50%에 육박할 만큼 주식투자가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보다 증시 육성에 더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미·중 10대 상장기업을 살펴보면 미국은 대부분 글로벌 기술주가 차지한 반면, 중국은 시장이 중국에 한정된 경우가 많다. 글로벌 IT산업을 선도하는 미국 경제의 역량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다만 미래 산업으로 떠오른 전기차, 배터리산업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역량이 부쩍 성장한 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