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 '美 3억 vs 韓 5000만원'…SVB가 쏘아올린 작은 공[우보세]

김희정 기자
2023.03.16 03:5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13일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의 실리콘밸리은행 본점에 예금자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AFP통신

'3억2560만원(25만달러) 대 5000만원.'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파산하자 글로벌 금융주의 시가총액이 이틀 새 4650억달러(약 607조원) 증발하며 나비효과에 숨을 죽인다. 기관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며 위기의 전염성과 시스템의 '구멍'을 우려하는 반면 직접적인 피해가 제한적인 'K개미'들은 우리와 사뭇 격차가 큰 미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에 관심이 모인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모든 예금을 지급보증키로 하면서 시장의 패닉은 다소 진정됐다. 금융주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나 개별 예금자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FDIC 보험에 따른 미국의 예금자 보호한도는 계좌당 25만달러.

SVB 전체 예금의 90%가 보험한도를 초과하지만 개인의 예금이 25만달러를 초과한 경우는 1%에 그친다. '예금바구니'를 제대로 분산하지 않은 '상위 1%'의 예금까지 보증하는게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논외로 하자. 25만달러라는 숫자가 국내 예금주에게 다가오는 온도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본사의 모습. 사진=/뉴스1

우리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도 예금보험에 가입한 금융회사가 보험사고로 고객예금을 지급할 수 없을 때 대신 예금을 지급한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원까지다. 2001년 이후 23년째 1원 한 푼 상향되지 않고 그대로다.

현재 유럽의 예금자 보호한도는 10만유로, 영국은 8만5000파운드다. 일본 1000만엔 등 우리 돈으로 1억원을 상회한다. 22년간 한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1만2263달러에서 지난해 3만3592달러로 174% 뛰었다. 물론 미국의 1인당 GDP(7만5180달러)는 우리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국민경제 규모에 비해 낮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국민소득이나 경제규모를 감안해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국민 경제에 파급 효과가 지대한 사안이라 신중해야 한다"며 한도 상향을 미뤄왔다. 예금보험률 인상으로 금융회사나 예금자에 대한 영향이 커 제반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붙은 주택청약저축 상품 안내문 /사진=뉴스1

SVB 파산 여파로 예금자 보호한도에 대한 논의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 한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정부가 행정입법으로 한도를 제한 없이 풀 수 있는 근거는 마련돼 있다. 예금자 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 등의 법 개정안도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다.

금융당국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예금자 보호한도, 목표기금 규모, 예금보험료율 등 주요 개선과제를 검토 중이다. 연구용역 결과와 연계해 올해 8월까지 개선안을 내놓는다는 예정이다.

다소 결이 다르지만 이른바 '국민통장'으로 불리는 청약저축 예금금리도 지난해 11월 6년 만에 0.3%포인트 인상됐다. 시장금리는 급등했는데 청약저축 예금이자는 그대로라는 비판이 일면서다. 주거복지라는 공적 역할의 자금줄인 만큼 청약저축의 예금금리(2.1%)는 여전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일부라도 상향한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대처는 적절했다.

예금자 보호한도를 1억원에 맞출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과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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