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솟구치더니 배가 쪼개져" 순식간에 침몰…실종 22명, 끝내 사망 처리[뉴스속오늘]

채태병 기자
2025.03.31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7년 3월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바다에서 침몰한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의 모습. 이 배에는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 선원 16명이 탑승해 있었다. /사진=뉴스1

8년 전인 2017년 3월 31일 밤 11시20분쯤(한국시간)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바다를 지나던 화물선 '스텔라 데이지'(Stella Daisy) 호가 한국 선사(주식회사 폴라리스쉬핑)에 긴급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긴급 상황, 본선 2번 포트 물이 샌다, 포트 쪽으로 기울고 있다" 등 내용이 담겼다. 선사 측은 이를 정부에 보고했고, 외교부는 다음 날인 4월 1일에 "한국인 8명이 탑승한 화물선이 남대서양 해역에서 연락 두절됐다"고 발표했다.

스텔라 데이지 호는 길이 311.89m, 선폭 58m, 적재중량 26만6141t 규모의 초대형 광석운반선(Very Large Ore Carrier)이다. 사고 당시 배에는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 선원 16명이 탑승해 있었다.

외교부는 주우루과이대사관을 통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면서 선원 구조 작업을 위해 우루과이 당국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우루과이와 브라질 등 국가가 인원과 장비를 보내 수색 작업에 나섰다.

남대서양 바다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관련 그래픽. /사진=뉴시스

수색 작업에 참여한 민간 상선이 사고 해역에서 구명벌(구명 뗏목) 1척을 발견했다. 이때 2명의 필리핀 선원이 구조됐다. 이후 수색 작업이 계속됐으나 당국은 추가 선원을 발견하지 못했다. 총 탑승 인원 24명 중 22명(한국 8명·필리핀 14명)이 실종돼 사실상 사망 처리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사고 지점이 육지로부터 약 3000㎞ 떨어진 곳이고, 파고가 3~4m로 높아 수색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화물선이 갑자기 침몰한 탓에 (선원들이) 대피를 준비하기엔 시간적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스텔라 데이지 호는 철광석 26만t가량을 싣고 브라질에서 중국 산둥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축구장 약 3배 크기의 거대한 배가 어떤 이유로 바다 한가운데서 침몰했는지는 아직도 의문투성이다.

구조된 2명의 필리핀 선원은 '선박의 노후화'를 이유로 꼽았다. 이들은 "일등항해사가 (출항 전부터) 우리 배 상태가 안 좋다고 말했다"며 "항해 중 이상한 소리를 들었고, 갑자기 배 중간에서 물이 솟구치더니 곧 배가 쪼개졌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11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대책위원회가 부산법원종합청사 앞에서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선박매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선사 대표 등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뉴시스

해양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처분을 내리는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안전심판원(해심원)도 2023년 12월 "선사의 불법 행위와 안전관리 소홀이 침몰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해심원은 "선사 폴라리스쉬핑은 사고 배가 만들어진 지 25년 된 노후 선박이었음에도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며 "배 바닥에 승인되지 않은 장치를 설치하고, 선체 구조에 변형이 생겨 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변형 부위만 일부 고치고 작업에 내보냈다"고 봤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부산지방법원은 지난해 2월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선박매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에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사고 관련 임직원들에게도 각각 금고 2년이 선고됐다.

검찰과 선사 측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냈다. 부산고등법원은 지난해 11월 김완중 회장 등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항소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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