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을 두고 러시아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인도를 거세게 압박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 경제 사령탑인 피터 나바로 무역 담당 고문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모디의 전쟁"이라며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는 인도가 전쟁 자금을 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은 인도 같은 제3국이 러시아의 무역 제재 우회를 돕지 못하도록 2차 제재를 고려 중이다.
나바로 고문은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인도는 러시아산 석유를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함으로써 러시아를 돕고 미국에 해를 끼쳤다"며 이같이 밝혔다.
방송에서 나바로 고문은 "인도인들은 이 문제(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문제)에 대해 '(석유 수입은) 인도의 주권'이라는 식으로 상당히 거만한 태도를 보인다"며 "인도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 아니냐.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가격 상한을 배럴당 60달러로 고정시켰다. 이에 인도는 유럽이 정한 가격 상한과 시세의 중간 가격에 러시아 원유를 사들여 정제한 뒤 유럽에 팔아넘기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2022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 석유 수입량 중 러시아산 수입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으나, 2022년을 기점으로 급상승해 올해 40%에 이르렀다.
알자지라는 인도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기업은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RIL)인데, 2021년 RIL의 잠나가르 정유소로 수입된 전체 원유 중 러시아 원유 비중은 2021년 3%에서 올해 평균 50%까지 급증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 정유소는 2023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정제석유 859억 달러(119조원)어치를 전세계에 수출했고 이중 42%에 해당하는 36억 달러(45조원)어치가 EU 등 러시아산 원유 제재 참여 국가들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라며 상호관세 25%에 더해 총 50%의 관세를 전날부터 인도 측에 물리기 시작했다. 닛케이아시아 등 여러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에 앞서 모디 총리와 협상할 목적으로 최소 4번 전화를 걸었으나, 모디 총리가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EU도 추가 러시아 제재를 준비 중이다. 이날 블룸버그는 익명 외교 소식통을 인용, EU 외무장관들이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여 러시아가 제3국 도움을 받아 서방의 경제 제재를 우회하지 못하도록 제2차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논의는 석유, 가스 수출에 집중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상 인도를 겨냥한 제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안보는 미국과 관계에 달렸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를 다지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 발언은 이날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를 옥사나 마르카로바에서 법무장관 출신 올하 스테파니쉬나로 교체한다고 발표하던 와중에 나왔다.
마르카로바 대사는 지난 2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외교참사' 때 현장에서 괴로운 듯 머리를 손으로 감싸는 모습이 잡혀 화제에 올랐다.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인사들은 마르카로바가 조 바이든 전 행정부와 가깝다는 이유로 계속 비판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29일 미국 뉴욕에서 미국 측 인사들과 회담할 예정이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세를 높이고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드니프로페트로브스크 지역으로 진군해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주요 도시를 곧바로 돌파하기보다 외곽부터 서서히 조여들어가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군을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