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압적 일방주의 버리고 새로운 상호의존 질서 재건해야"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5.10.05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헨리 패럴 존스홉킨스대 교수·에이브러햄 뉴먼 조지타운대 교수, 포린 어페어스 기고 '무기화된 세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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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콴티코 로이터=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군 장성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2025.09.30.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콴티코 로이터=뉴스1) 류정민 특파원

글로벌 경제에서 강압적 수단을 활용해 온 미국이 취약성을 드러내면서 안보·경제의 위험에 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헨리 패럴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와 에이브러햄 뉴먼 조지타운대학교 에드먼드 A. 월시 외교대학원 교수는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무기화된 세계 경제(The Weaponized World Economy)'라는 기고문을 통해 "과거 미국이 행사했던 경제적 강압 도구들이 이제는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며 "제도적 전문성, 동맹과의 협력을 토대로 상호의존을 새롭게 재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자들은 지난 20여 년간 세계 경제 질서가 상호의존을 전략적 무기로 전환하는 변화를 겪었다고 진단했다. 통신·금융·생산 네트워크를 소수의 핵심 기업들이 독점하는 가운데 미국은 이를 제도를 통해 통제하면서, 적대국이나 경쟁자를 처벌하거나 시스템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든 정부 시절 미국은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해 파트너들에게만 기술 접근을 허용하고 중국 등 적대국에 대해서는 기술 수출을 강력히 통제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방식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면서 오히려 미국의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 통신 대기업 ZTE의 미국 기술 접근을 차단하고 화웨이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자, 중국은 미국 기술 의존의 위험성을 깨닫고 기술 독립과 국가적 데이터 주권 확보를 정책 목표로 삼았다. 또 희토류 채굴·가공 분야 생태계를 장악하며 미국식 강압 수단을 그대로 채택하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희토류 가공 장비 수출 금지와 복잡한 규제 도입으로 더 정교한 압박이 가능해졌고, 단기적으로 미국의 강압에 맞설 수 있는 결정적 역량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경우 초강대국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활용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해 미국이나 중국의 강압 수단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SML, SAP, 에릭손 같은 세계적인 기술 기업과 잠재력을 갖추고도 이를 경제 무기로 전환할 제도적 통합과 독립적인 '기술 병목 지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 대한 과도한 기술·정보 의존과 중국 시장 접근을 원하는 대기업들의 요구 때문에 경제를 안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때마다 무산됐다. 저자들은 "유럽은 국가안보에 대해선 개별 국가들이 강하게 통제하는 반면, 통상과 시장 규제는 EU 차원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경제적 수단을 안보 목표와 결합해 조율할 방법이 근본적으로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스스로 구축한 제도적 우위와 전문성을 해체하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연방 인력 감축과 부서 개편을 통해 해외자산통제국(OFAC)과 산업안보국(BIS) 등 핵심 기관의 기능을 약화시켰다.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역시 인력과 협의 체계가 축소되면서 정책 조율과 장기 전략 수립 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 거래와 정치적 계산을 우선시해 장기적 국가 이익과 제도적 안정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봤다. 나아가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뒤집어 이전에 통제되던 기술 확산을 촉진하거나, 화석연료 개발을 고집하면서 재생에너지·배터리 분야에서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높여 차세대 에너지 주도권을 중국에 넘기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저자들은 현재 미국이 과거 핵 경쟁 시대와 유사한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미국은 핵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로 패권을 유지했으나 핵 기술이 확산되면서 지위가 약화됐고 이후 핵전쟁이라는 파괴적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제도와 전략 교리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제가 무기화된 시대에 장기적 안정과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제도적 전문성을 회복하고 경제·기술·금융 상호의존을 관리 가능한 방식으로 통제하며 동맹과 협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저자들은 "무기화된 경제적 상호의존 시대에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안보와 경제적 번영 모두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며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동맹국들과 손잡고 제도적 역량의 회복을 통해 새로운 글로벌 상호의존 질서를 재건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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