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공급 수단을 당초 검토한 신재생에너지 대신 LNG(액화천연가스)로 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를 결정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최근 2~3차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 TF(태스크포스) 회의'를 통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3GW 규모 상업용 LNG발전설비 신설 추진을 최종 결정했다.
문제는 이 결정이 산업부의 초기 검토 내용은 물론 입주 업체들의 입장과도 배치된다는 점이다.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3년 4월 열린 1차 회의에서 산업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발전설비 확충 방안을 △상업용 화석연료 △기업 자가발전 △재생에너지 및 분산형 전원으로 나눠 검토했다.
산업부는 당시 "500MW 규모 LNG 자가발전 설비 건설엔 약 3년의 시간과 2만여평의 발전부지가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한국전력이 공급하는 고품질 전력 및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을 선호하는 점, 또 RE100 사업장 특성 등을 고려할 때 LNG를 선호하지 않으며 자가발전 이행 가능성도 낮다"고 평가했다.
산업부는 또 대규모 상업용 화석연료 발전설비 건설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초기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용인 클러스터 가동 초반 전력공급이 부족하다면 AI(인공지능) 등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반도체 수요에 제 때 대응하기 어렵다는 거였다.
그래서 1차 회의 자료엔 "초기 전력 수요는 신속한 건설이 가능한 자가발전으로 대응"한다거나 "기업의 RE100 목표 이행 등을 감안할 때 태양광 자가발전 및 분산형 전원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전력수급 방향으로 제시돼 있다는게 의원실 설명이다.
의원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부가 2~3차 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3GW규모 상업용 LNG 발전설비 신설 추진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발전공기업이 운영 중인 노후 석탄발전 6기(당진화력 3·4호기, 하동화력 5·6호기, 태안화력 5·6호기)를 LNG발전소로 연료 전환한다.
LNG발전소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RE100 달성에 매달리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아쉬운 결정이다. 삼성전자는 2050년, SK하이닉스는 2045년을 실질적 RE100 달성 시점으로 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 내에 설비 건설을 시작했다. 그런데 총 16GW가 필요한 용인 클러스터에서 초반 3GW를 화석연료로 채우고 시작한다.
정부는 석탄보다는 LNG가 낫다는 입장이지만 글로벌 규제 방향은 다르다. RE100은 화석연료를 전량 배제하고 있다. LNG로 만든 전기는 PPA(녹색전력인증)도 불가능하다. 유럽이 CBAM(탄소국경조정제) 등을 강화하고 나서면 LNG 전력으로 만들어진 반도체는 가격경쟁력이 약해진다. 특히 기존 석탄발전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추진됐다면 대체 효과가 더 커질 수 있었다.
서왕진 의원은 "기업이 RE100 이행을 이유로 LNG발전소 건설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의견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빠른 클러스터 조성을 핑계로 LNG를 밀어붙인 것 아니냐"며 "윤석열 정부 치적을 위해 제대로 된 검토나 의견수렴 없이 성급히 클러스터를 조성한 것 아닌지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