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가파르게 올랐던 AI(인공지능) 수혜주들이 급락하며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주에는 재료 공백 상태가 심화하며 모멘텀이 더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끝난다면 증시에 극적인 상승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두달째 경제지표 발표 중단이 이어지며 투자 시계는 더욱 뿌옇게 흐려질 전망이다.
올 3분기 어닝 시즌도 절정기를 지나며 증시 전반에 영향을 줄만한 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거의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증시를 이끌어갈 만한 촉매가 부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갈피를 못 잡고 증시 변동성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주에는 올들어 주가가 급등한 AI와 양자컴퓨팅,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가상자산 분야의 주목받는 신생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한다.
우선 네오클라우드라 불리는 코어위브와 네비우스 그룹이 각각 10일 장 마감 후와 11일 개장 전에 실적을 공개한다. 네오클라우드란 AI에 초점을 맞춘 중형급 클라우드 회사를 말한다. 특히 코어위브는 엔비디아가 약 5%의 지분을 보유하고 적극 지원하는 기업이다.
양자컴퓨팅 회사인 리게티 컴퓨팅과 퀀텀 컴퓨팅은 각각 10일과 14일 장 마감 후에 실적을 내놓는다. SMR 기업인 오클로는 11일 장 마감 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 인터넷 그룹은 12일 개장 전, 이더리움 투자사인 샤프링크 게이밍은 13일 개장 전에 실적을 발표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으로는 네트워킹 장비회사로 AI 사업을 키우고 있는 시스코 시스템즈가 12일 장 마감 후, 미디어 그룹인 월트 디즈니가 13일 개장 전, 반도체 장비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13일 장 마감 후에 각각 실적을 공시한다.
경제지표 발표는 이번주에도 기대하기 어렵다. 설사 이번주 셧다운이 끝난다 해도 공무원들이 복귀해 경제지표를 집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주 예정됐던 지난 10월 고용지표는 결국 두달째 발표되지 못했다. 이번주에는 지난 10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오는 13일에 발표돼야 하지만 정부 셧다운으로 공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지난 9월 CPI는 사회보장연금 지급을 위해 긴급하게 산출돼 발표됐으나 10월 CPI는 언제 알 수 있을지 요원하다.
연방정부 셧다운이 최장기 기록을 깨면서 지난주 미국 증시는 3주 연속 상승세를 마감하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간 많이 올랐던 AI주들이 하락세를 주도하면서 나스닥지수는 지난주 3.0% 미끄러졌다. S&P500지수는 1.6%, 다우존스지수는 1.2% 떨어졌다.
시버트 파이낸셜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크 말렉은 CNBC에 "투자자들이 다소 예민해져 있다"며 "데이터 블랙아웃 상태가 지속되면서 바람마저 멈춘 듯 정적이 흐르고 있는데 돛단배는 바람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가가 많이 올라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운 가운데 경제 상황마저 파악하기가 어렵자 일단 차익을 실현해 놓으려는 투자자들의 욕구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S&P500지수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이 가장 높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고도 급락한 데서 결정적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미국 증시는 지난 4월 이후 조정다운 조정을 거치지 않고 쉴새 없이 오르면서 체력이 많이 약화된 상태다. 이는 상승 종목의 비율이 급격히 낮아진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파이퍼 샌들러의 수석 시장 기술적 분석가인 크레이그 존슨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소수 종목에 집중된 최근 랠리에서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며 "대형 기술주들이 그간의 상승폭을 다지는 조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난주 증시 약세가 단기 조정에 그치고 연말 랠리가 재개될 것이란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11월부터 1월까지는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에서 수익률이 가장 좋은 기간인데다 기업들의 실적이 견조하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 완화 사이클까지 시작됐기 때문이다.
네이션와이드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마크 해킷은 CNBC에 "미국 증시는 3분기 어닝 시즌 동안 상당히 좋은 시절을 보낸 후 지금은 숙취가 해소되는 기간으로 보인다"며 "증시가 다시 리셋돼 다음 상승 국면으로 나아가기 전 잠깐의 숨고르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