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전날 백악관 400m 거리 군인에 총격…용의자는 아프간 망명자

김종훈 기자
2025.11.27 15:38

트럼프 "테러 행위, 혹독한 대가 치를 것"…이민당국 "아프간 이민 신청 절차 무기한 중단"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 현장을 수사당국 요원들이 조사 중이다./로이터=뉴스1

미국 백악관에서 불과 400m 떨어진 곳에서 낮에 총격 사건이 발생해 군인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망명한 20대 남성으로 파악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테러 행위"로 규정했고 이민당국은 아프가니스탄인의 모든 이민 요청 처리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오후 2시15분쯤 미국 워싱턴DC 패러것 광장 인근에서 총격이 발생해 치안 유지를 위해 순찰 중이던 주 방위군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건 현장은 백악관에서 400m 남짓 떨어진 곳이었다.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 국적 29세 라흐마눌라 라칸왈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을 장기간 도운 이들을 위한 특별 비자프로그램을 통해 2021년 9월 입국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입국한 이들은 2년간 미국 체류가 허용된다. 사건 초반 용의자가 임시 체류 기간을 넘겨 불법 체류자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이후 CNN 등은 용의자가 지난해 12월 망명을 신청해 올해 4월 망명 허가를 받았다고 추가로 보도했다. 그는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서부 워싱턴 주에서 거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는 길 모퉁이를 돌자마자 마주한 2명의 주 방위군을 향해 총기를 발사했다. 이후 인근에 있던 다른 주 방위군에 의해 곧바로 제압된 뒤 총상을 입고 구금됐다. 피해를 입은 방위군 2명은 위중한 상태로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이번 사건은 표적 총격 사건"이라고 말했다. 용의자가 주 방위군을 노렸다는 의미다. 현지 경찰당국도 "매복 공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현재까지는 단독 범행이 유력하다.

[워싱턴=AP/뉴시스]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경찰이 주 방위군 소속 병사 2명이 총격받은 현장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이날 백악관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웨스트버지니아주 방위군 소속 병사 2명이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총격범은 현장에서 부상한 채 체포됐다. 2025.11.27

미 연방수사국(FBI)과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은 용의자가 백악관 인사들을 노린 것인지 조사 중이다. 사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휴일을 앞두고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별장으로 떠난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게시글을 통해 용의자를 "짐승"으로 호칭하면서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별도로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총격에 대해 "죄악이자 혐오, 테러 행위인 동시에 반(反)인륜적 범죄"라며 "미국이 테러 앞에 굴복하거나 양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부(국방부)에 수도 방어를 위해 주 방위군 500명을 추가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며 "미국의 안전을 돌려놓을 것"이라고 했다. 또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아프가니스탄에서 입국한 사례를 모두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이민당국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접수한 모든 이민 신청 처리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대통령 명령에 따라 워싱턴DC 주 방위군 병력을 2200명에서 2700명으로 늘릴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 육군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 조력자들의 재정착을 돕는 시민단체 '노원레프트비하인드' 설립자 맷 젤러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미군 편에 섰던 사람들에게서 등을 돌려선 안 된다"며 이번 일로 반아프가니스탄 정서가 번질 것을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이민 신청 처리가 중단됨에 따라 20년에 걸친 아프가니스탄 전쟁 동안 미국 정부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위해 종사한 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들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제한 조치로 제3국에 발이 묶이거나 아프가니스탄에 숨어지내는 등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