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섭취 권장되면서 고단백 유청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

전세계 설탕 수요가 줄면서 설탕(원당) 가격이 5년 만의 최저로 떨어졌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설탕 원료인 원당의 뉴욕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14센트 밑으로 떨어져 2020년 10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2023년 말에 비하면 가격이 반토막 났다.
설탕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설탕 수요가 급격히 둔화하고 개발도상국의 수요 증가세도 예상보다 더디다. 글로벌 상품·금융 거래 중개업체 마렉스의 구르데브 길 애널리스트는 "수요 둔화 속도는 업계를 당혹스럽게 만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와 미국의 수요 둔화가 두드러지며 유럽 수요도 설탕 가격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농부무는 지난해 12월 설탕 수급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내 설탕 수요 추정치를 1230만톤(t)으로 제시하며 종전 대비 2만3000톤 하향 조정했다.

사람들이 설탕을 덜 먹는 배경으로는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비만치료제 보급이 꼽힌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나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는 포만감을 오래 느끼게 해 단맛에 대한 갈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런던 소재 설탕 유통업체 차르니코우의 스티븐 겔다트 시장 분석 담당자는 설탕 시장 수요는 비교적 소수 집단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 행동 변화에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위 20% 소비자가 쿠키나 아이스크림 같은 제품 판매의 약 65%를 담당한다"면서 "이런 상위 소비자들이 GLP-1 계열의 약물을 이용하게 되면 설탕 판매량은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설탕 수요는 둔화하지만 설탕 공급은 연간 약 1억8000만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브라질이나 인도 등 주요 생산국 중 어느 곳도 급격한 감산을 예고하지 않고 있다.
설탕 가격이 급락하는 것과 달리 단백질 파우더나 단백질 바에 사용되는 고단백 유청 가격은 급등세다. FT에 따르면 의사들이 비만치료제 이용 시 단백질 섭취를 늘릴 것을 권장하면서 유청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식이 조절이나 생활 습관 변화 없이 비만치료제를 이용할 경우 체중 감소가 근육량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고단백 유청 가격이 유럽과 미국에서 사상 최고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 금융기관 라보뱅크의 조앙 파울루 프로사드 식품 부문 애널리스트는 "식품 회사들은 제품 레시피를 변경하고 판매량 증가보다 영양 밀도에 집중하며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며 "이건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적게 먹게 된다면 그만큼 한입 한입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