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 사는 11학년(고2) 리엄은 10월 중순에 PSAT(대학예비시험)를 봤다. 이제 내년 봄을 목표로 SAT(대학입학자격시험) 준비를 시작한 리엄이 방과 후 수학 및 읽기 영역을 공부할 때마다 휴대폰을 꺼내 실행하는 앱이 있다. 바로 가우스(Gauth)다.
가우스는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앱으로 수학이나 과학, 역사, 화학, 경제학 등 과목을 공부하다가 모르는 문제를 휴대폰으로 촬영하면 AI가 풀이과정과 정답을 제시해준다.
이미 가우스는 숏폼 영상 플랫폼 틱톡처럼 수많은 미국 10대 청소년이 매일 쓰는 앱으로 자리잡았다. 재밌는 건 가우스를 출시한 기업이 바로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라는 사실이다.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바이트댄스가 이번에는 학습 앱을 통해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바이트댄스는 수만 명의 개발자가 만든 앱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중국에서 앱 공장으로 불리는데, 최근 AI 전환(AX)이 가속화되면서 AI에서도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리엄은 10학년(고1) 때 틱톡에서 다른 사용자가 올린 영상을 보고 가우스를 처음 접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소셜미디어(SNS)에 넘쳐나는 추천 영상 외에도 리엄이 다니는 조지아주 디칼브 카운티의 고등학교에서 거의 모든 학생이 가우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가우스가 미국 고등학생들의 공부 방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폭스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초 가우스는 6일 연속 미국 앱스토어 교육 분야 무료 앱 중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오랫동안 1위를 독차지해온 듀오링고와 구글 클래스룸을 제치고 얻은 성과다. 미국 앱스토어에서 가우스의 평점은 4.84점에 달할 정도로 높다.
가우스뿐 아니라 역시 퀘스천(Question).AI도 상위 순위를 차지했다. 퀘스천.AI는 중국 온라인 교육업체 쭤예방이 내놓은 앱이다. 양 사 외에도 앤서(Answer).AI, 솔블리(Solvely), 유노우(Uknow).AI 등 카메라로 문제를 스캔하는 AI 기반 학습 앱은 핵심 연구인력이 중국 출신인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에서도 카메라로 문제를 스캔하는 AI 기반 학습 앱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우스만 해도 올해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말레이사,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5개국의 누적 다운로드 수가 전년 대비 60% 급증한 589만회에 달했다.
가우스를 직접 사용해봤다. 작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문제에서 미분계수를 구하는 2번 문제를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니, 순식간에 풀이과정과 함께 정답 4번을 구해줬다. 다른 선택지가 왜 오답인지를 같이 설명해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가우스는 한국어 버전에서는 가우스 AI, 가우스 AI 프로, GPT-5 프로 등 3가지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이 해외 진출을 서두르게 된 계기도 곱씹을 만하다. 2021년 7월 중국 정부가 숙제와 사교육 줄이기, 이른바 '쌍감(雙減) 정책'을 발표하며 강력한 사교육 규제에 나서자 중국 온라인 교육업체는 해외에서 출로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해외 화교 시장을 노리면서 현지 사용자에 대한 접근이 제한됐으나 점차 AI 기반 학습 앱의 글로벌화 전략을 추구하면서 전 세계 학생들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바이트댄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바이트댄스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학습 수요가 급증하자,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가우스의 해외진출을 본격화했다. 2023년에는 쭤예방이 중국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인도네시아에서 퀘스천.AI를 출시했다.
2024년 초 가우스는 3년 동안 사용해온 브랜드명 '가우스매스'(Guathmath)를 가우스로 변경하며 수학뿐 아니라 통계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경제학, 문학 등 전 학문 분야로 확장했다.
가우스가 미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까지에는 미국 10대 청소년들이 인스타그램보다 많이 이용한다는 틱톡의 영향이 컸다.
지난 10월 폭스데이터는 가우스의 미국 진출 성공 비결을 3가지로 요약한 바 있다. 바로 ①정확한 포지셔닝 ②반직관적인 바이럴 마케팅 ③감정적 공명인데, 가우스는 마케팅에서 틱톡을 톡톡히 활용했다.
먼저 가우스는 ①정확한 포지셔닝으로 미국 Z세대(1997년 이후 출생)의 '공부 염려증'을 성공적으로 겨냥했다. 가우스 사용자는 18~25세 학생이 주를 이루며 여성 비중이 61.3%에 달한다. 미국 고등학생의 63%가 수학 숙제에 매주 10시간 넘게 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우스가 이들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같이 묶을 수 있는 ②반직관적인 바이럴 마케팅과 ③감정적 공명이다. 가우스는 구글의 포토매스나 퀴즐렛(Quizlet)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대신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활용했다. 가우스가 틱톡에서 벌인 캠페인 #GauthChallenge는 기능을 강조하기보다 AI가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문제를 풀 때 느끼는 혼란, 호기심, 안도감을 포착하면서 바이럴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인간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가우스는 시험과 과제에 찌든 학생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도 가우스의 성공 요인으로 ①틱톡의 트래픽 지원과 ②빠른 제품 업데이트 능력을 꼽았다. 가우스의 틱톡 팔로워수는 82만3000명에 달하는데, 가우스는 다양한 챌린지 이벤트를 개최해서 사용자들이 사용 경험을 공유하도록 장려한다. 수많은 사용자들이 무료 사용 혜택을 누리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사용 영상을 게시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기업의 특징인 ②빠른 제품 업데이트도 중요하다. 중국에서도 앱 공장으로 불리는 바이트댄스가 모회사인 가우스는 지난 1년 동안 무려 29차례의 버전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평균 13일에 한 번꼴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2024년 학교 숙제에 챗GPT를 사용한 미국 10대 청소년 비율은 26%로 전년(13%) 대비 큰 폭 뛰어올랐다. 특히 고학년으로 갈수록 사용 비율이 높아져 11~12학년(고2~3)은 31%가 숙제에 챗GPT를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AI 대전환을 맞아 미국 10대 청소년들의 사용이 급증하는 AI 학습 앱에서 바이트댄스가 다시 한번 틱톡처럼 새로운 흐름을 선도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