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기의 핵심정책인 '관세' 일부가 위법해 무효라는 연방대법원의 최종 결정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포함한 보수성향 대법관 3명의 손에 결정됐다. 6대3으로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행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판결을 내려오다 이번에는 '뼈아픈' 제동을 걸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6명의 보수성향 대법관 중 새뮤얼 얼리토, 클래런스 토머스, 브렛 캐버노 3명은 상호관세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지만 존 로버츠(대법원장),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 등 나머지 보수성향 대법관 3명은 위법판단을 했다. 진보성향 대법관 3명(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도 관세정책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사실상 보수성향 대법관 3명의 손에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정책으로 추진해온 관세정책이 무효가 된 셈이다. 특히 위법판단을 한 고서치, 배럿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2017~2021년)에 지명한 강경 보수성향이다.
이날 판결로 트럼프 2기 행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관세정책 가운데 미국의 무역상대국 거의 전부를 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차등세율로 부과한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무너졌다. 지난해 4월2일 정책발표 당일을 '미국 해방의 날'로 부르면서 의미를 뒀던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 것은 의회권력 재편이 달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막대한 타격이라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같은 날 백악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3월31일~4월2일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난다고 했는데 당장 이번 판결로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협상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보수 우위의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패한 뒤에도 2024년 7월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행위에 대해 광범위한 형사상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 관련 형사재판 절차를 중단시키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사실상 제거했다.
2기 출범 후에도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현안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속지주의에 입각한 미국 국적 부여) 금지정책과 관련한 사건에서 개별 연방판사가 연방정부 정책의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중단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결정했고 7월에는 트럼프행정부가 연방 교육부 직원 1400여명의 해고를 강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 대법원이 관세부과가 의회권한인 만큼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는 위법이라고 판단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삼권분립 전통을 흔들어온 행정권 강화흐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 판결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편 21일 ABC뉴스와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12~17일 미국 성인 25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4%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지한다'는 응답은 34%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