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8달러 될수도…그럼 내 주식은?" 월가, 계산 복잡해졌다

조한송 기자
2026.03.04 14:33

[머니&마켓][미·이스라엘, 이란 공격]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 3D 프린팅된 석유통과 이란 지도. 2026.3.2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자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 3일(현지시간) 유가는 하루만에 9% 뛰었으며 주식은 하락, 채권 수익률이 오르는 등 주요 자산 가치가 요동쳤다.

월가는 특히 향후 유가 흐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을 촉발, 기업 및 가계 환경 및 경제 성장에 악역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세계 각국이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가중될 경우 향후 주요국의 금리 정책방향까지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공포 질린 자산시장..."공식 무너졌다"
[뉴욕=AP/뉴시스]3일(현지시각) 뉴욕 증권거래소(NYSE) 화면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는 뉴스가 자막으로 보이고 있다. 중국이 미국 상품에 10일부터 34%의 추가 관세로 보복하면서 무역전쟁이 전 세계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4일 미 주식시장이 또 한번 폭락할 것으로 선물 거래에서 나타났다고 CNBC가 보도했다. 2025.04.04. /사진=유세진

뉴욕증시는 3일(현지시간) 급락세로 시작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오전에 1200포인트(약 2.6%)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란 공습 사태가 중동지역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매도세를 키웠다. 다만 오후 들어 시장 불안이 다소 누그러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미 해군이 직접 호송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이날 브렌트유는 5월 인도분이 배럴당 6.65달러(9%) 오른 79.45달러로 치솟았다가 상승분을 반납했다. 뉴욕증시와 유가가 상호간 반대 흐름을 보인 것이다. 이밖에 비교적 안전 자산으로 꼽혔던 스위스프랑을 비롯해 엔화 등이 약세를 보였고 달러 상승에 영향을 받은 금도 4% 하락했다. 채권 매도세가 이어지며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상승했다.

외신은 이 같은 이례적 현상에 주목, 기존 시장 공식이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83년 이후 브렌트유가 7% 이상 폭등하면서 동시에 금값은 떨어지고 채권 금리는 올랐던 적은 단 16회뿐이었다"며 "심지어 그 16차례 중 절반 이상은 주가가 오히려 올랐다. 화요일(3일) 오전 저점처럼 S&P 500 지수가 2%나 폭락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 투자 플랫폼인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시장 분석가는 "현재 시장은 뉴스의 헤드라인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요동치고 있다"며 "앞으로의 상황은 긴장이 완화될지, 아니면 이번 사태가 전 세계 공급망의 장기적인 차질로 이어질지에 달려 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변동성에 취약해져..."유가에 달렸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미국이 이란을 향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국제유가가 급등한 20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바이크 운전자가 주유를 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자산을 중동 지역에 증강 배치한 상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10일 이내에 이란 공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며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등이 급등했다. 2026.2.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자 월가도 전쟁 상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 충돌은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란이 전세계 원유 수송의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추고 주식과 채권의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에서 80% 상승한 배럴당 약 108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존 연구와 사례를 바탕으로 보면 원유 공급이 1% 줄어들 때 가격이 약 4% 상승한다는 계산에서다.

블룸버그는 "유가가 배럴당 108달러까지 오르면 연간 물가상승률에 약 0.8%포인트(p)가 더해질 것"이라며 "이 경우 인플레이션은 3%를 넘어, 연방준비제도의 2% 목표치를 상당히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월가의 분석가들은 중립적인 의견이다. 유가 상승이 당분간 증시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관측하나 하락폭은 제한적일 거란 얘기다. 비리니 어소시에이츠의 제프리 예일 루빈 분석가는 "기름값이 폭등하면 불황이 온다는 공포가 크지만 역사적으로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1989년 이후 유가가 두 배나 올랐음에도 경제 위기가 오지 않았던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고 평가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분석가 에드 클리솔드, 탄 응우옌은 "원유 공급이 장기간 끊기지 않는 한 분쟁 자체만으로는 현재의 강세장을 끝내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전쟁 결과가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유가 상승과 하락이 시장의 승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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