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자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 3일(현지시간) 유가는 하루만에 9% 뛰었으며 주식은 하락, 채권 수익률이 오르는 등 주요 자산 가치가 요동쳤다.
월가는 특히 향후 유가 흐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을 촉발, 기업 및 가계 환경 및 경제 성장에 악역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세계 각국이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가중될 경우 향후 주요국의 금리 정책방향까지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뉴욕증시는 3일(현지시간) 급락세로 시작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오전에 1200포인트(약 2.6%)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란 공습 사태가 중동지역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매도세를 키웠다. 다만 오후 들어 시장 불안이 다소 누그러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미 해군이 직접 호송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이날 브렌트유는 5월 인도분이 배럴당 6.65달러(9%) 오른 79.45달러로 치솟았다가 상승분을 반납했다. 뉴욕증시와 유가가 상호간 반대 흐름을 보인 것이다. 이밖에 비교적 안전 자산으로 꼽혔던 스위스프랑을 비롯해 엔화 등이 약세를 보였고 달러 상승에 영향을 받은 금도 4% 하락했다. 채권 매도세가 이어지며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상승했다.
외신은 이 같은 이례적 현상에 주목, 기존 시장 공식이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83년 이후 브렌트유가 7% 이상 폭등하면서 동시에 금값은 떨어지고 채권 금리는 올랐던 적은 단 16회뿐이었다"며 "심지어 그 16차례 중 절반 이상은 주가가 오히려 올랐다. 화요일(3일) 오전 저점처럼 S&P 500 지수가 2%나 폭락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 투자 플랫폼인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시장 분석가는 "현재 시장은 뉴스의 헤드라인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요동치고 있다"며 "앞으로의 상황은 긴장이 완화될지, 아니면 이번 사태가 전 세계 공급망의 장기적인 차질로 이어질지에 달려 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자 월가도 전쟁 상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 충돌은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란이 전세계 원유 수송의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추고 주식과 채권의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에서 80% 상승한 배럴당 약 108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존 연구와 사례를 바탕으로 보면 원유 공급이 1% 줄어들 때 가격이 약 4% 상승한다는 계산에서다.
블룸버그는 "유가가 배럴당 108달러까지 오르면 연간 물가상승률에 약 0.8%포인트(p)가 더해질 것"이라며 "이 경우 인플레이션은 3%를 넘어, 연방준비제도의 2% 목표치를 상당히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월가의 분석가들은 중립적인 의견이다. 유가 상승이 당분간 증시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관측하나 하락폭은 제한적일 거란 얘기다. 비리니 어소시에이츠의 제프리 예일 루빈 분석가는 "기름값이 폭등하면 불황이 온다는 공포가 크지만 역사적으로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1989년 이후 유가가 두 배나 올랐음에도 경제 위기가 오지 않았던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고 평가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분석가 에드 클리솔드, 탄 응우옌은 "원유 공급이 장기간 끊기지 않는 한 분쟁 자체만으로는 현재의 강세장을 끝내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전쟁 결과가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유가 상승과 하락이 시장의 승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