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컨 없이 AI로 21km 달린 中 로봇…"인간 세계신기록 넘었다"

리모컨 없이 AI로 21km 달린 中 로봇…"인간 세계신기록 넘었다"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4.19 15:49

[르포]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아너 샨덴' 50분 26초로 1위

19일 중국 베이징시 이좡에서 개최된 '제2회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아너의 '샨뎬'이 출발해 빠르게 뛰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19일 중국 베이징시 이좡에서 개최된 '제2회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아너의 '샨뎬'이 출발해 빠르게 뛰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착착착착착착착..."

메트로놈(악곡의 박자를 측정하는 기구) 처럼 일정한 박자의 빠르고 경쾌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이 시야에 들어왔다. 순식간에 눈 앞을 스쳐간 로봇은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50분 26초. 약 21km를 달린 기록이다. 인간이 세운 하프마라톤 세계 신기록 보다 7분 빨랐다.

19일 중국 베이징 이좡에서 개최된 제2회 '베이징 이좡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의 우승은 치톈다성 팀의 '아너(honor) 샨덴(閃電)' 로봇에 돌아갔다.

100여개 팀, 300대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참가한 올해 대회는 출전 로봇 수가 20여대에 불과했던 지난 대회보다 규모가 5배 가량 커졌다. 경쟁도 그만큼 치열했다. 아너가 제작한 올해 우승로봇 샨덴을 비롯, 유니트리와 톈궁 등 중국을 대표하는 로봇 기업들이 제조한 모델이 누가 빠르게, 안정적으로, 오래 뛸 수 있는지를 겨뤘다.

19일 중국 베이징 이좡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참가한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한 로봇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사진=안정준 특파원
19일 중국 베이징 이좡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참가한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한 로봇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사진=안정준 특파원

이번 대회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인간 하프마라톤 대회와 동시에 열려 인간과 로봇이 동시에 출발했다. 로봇들 간의 경쟁인 동시에 로봇과 인간의 대결이기도 한 셈이었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로봇 최고기록이 같이 뛴 인간의 우승 기록보다 한 시간 반 가량 뒤쳐졌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약 30초 간격으로 순차 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먼저 출발한 인간 마라토너들을 순식간에 따라잡으며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로봇들은 1시간 안팎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속속 통과했다. 이날 인간 마라토너의 우승 기록은 1시간 7분 47초. 우승 로봇 샨덴의 기록이 17분 가량 더 빨랐다. 샨덴의 기록 50분 26초는 이날 대회 인간 최고기록 뿐 아니라 우간다의 육상선수 제이콥 키플리모가 세운 세계신기록 57분20초 보다도 앞섰다.

사실 치톈다성 팀의 로봇보다 약 2분 빠른 48분 19초만에 결승선을 통과한 로봇도 있었다. 줴잉츠투 팀의 샨덴 로봇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개입 없이 AI(인공지능) 자율주행으로 코스를 완주한 치톈다성 팀과 달리 줴잉츠투 팀의 로봇은 원격 조종 방식으로 달렸다. 원격 조종 방식엔 기록 보정치를 적용한 이번 대회 규정상, 줴잉츠투 팀의 최종 기록은 약 57분으로 조정돼 치톈다성 팀에 뒤쳐졌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주도하는 '체화지능(AI를 적용해 로봇 스스로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기술)'에 가점을 준 셈이다. 참가 로봇 전체가 원격조종 방식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전체 로봇의 40%가 자율주행 방식으로 달렸다. 올해는 코스 역시 자율주행 기술력을 제대로 겨뤄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평탄한 아스팔트 도로 뿐 아니라 울퉁불퉁한 도로와 경사로, 잔디밭, 자갈길 등을 경주로에 넣어 로봇의 자체 센서 인식과 제어 능력을 종합적으로 시험하도록 설계됐다.

[베이징=AP/뉴시스] 19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이좡(E-Town)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가 열려 한 로봇이 출발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19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이좡(E-Town)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가 열려 한 로봇이 출발하고 있다.

올해 로봇들은 지난해 보다 난코스를 인간의 원격 조종 없이도 더 빠르게 달린 셈이다. 그리고 더 안정적으로 달렸다. 대부분의 로봇이 별다른 고장 없이 코스를 완주했다. 줴잉츠투 팀의 로봇은 결승선 약 200m 앞에서 크게 넘어졌지만 약 1분만에 다시 일어나 마지막 스퍼트를 내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등 돌발상황 극복 능력도 보여줬다. 출발하자 마자 다리가 풀려 쓰러져 퇴장하고, 몸체에서 머리가 분리되는 등 거의 모든 로봇이 한 번 이상은 고장이 난 지난해 대회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1년만에 피부로 느껴진 중국 로봇들의 진화는 이번 대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춘제(음력 설) 특집 갈라쇼 '춘완(春晩)'에서 단순 군무를 보여준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올해 춘완에선 도움닫기 후 측면 공중돌기 등 고난도 동작을 소화한 뒤 쓰러질듯 말듯 유연한 동작을 이어가는 취권까지 선보였다. 지난해 생산 현장에서 일하며 숙련도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견습공 로봇'이 등장한데 이어 올해 초엔 자동차 공장 양산 라인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전 투입됐다.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 관계자는 "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 개최를 통해 로봇 연구와 관련 산업 발전을 촉진는게 목적"이라며 "마라톤은 극한을 초월하고 끊임없이 추구하는 정신을 상징하며, 로봇 산업 역시 장기 투자와 지속적 반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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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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