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외교관 추방하라" 이란, 호르무즈 잡고 에너지인질극

정혜인 기자
2026.03.10 10:02

[미국-이란 전쟁] 이란 혁명수비대 성명,
유럽·아랍국에 "미·이스라엘 외교관 추방하면 해협 통과 가능"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케슘 섬의 모습 /로이터=뉴스1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 급등하며 에너지 위기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란이 해협을 다시 개방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단 '미국과 이스라엘 외교관 추방'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국제유가를 볼모로 유럽과 걸프국에 미국·이스라엘과의 외교 단절을 압박하는 셈이다.

9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 IRIB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 외교관을 자국 영토에서 내보내는 유럽 또는 아랍 국가를 대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제한 없이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국가들에 호르무즈 해협 통과의 "완전한 권리와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IRIB는 전했다.

IRIB의 이번 성명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세계 주요 에너지 수송로 중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전 세계 석유 운송에 차질이 생기고 국제유가가 4년 만에 배럴당 110달러대로 치솟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위치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넓은 곳이 50km가량인 좁은 바닷길이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의 의존도가 높은 중동산 에너지가 대부분 이 해협을 지나가는 등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주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2024년 기준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약 27%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운송량의 약 20%도 이 해협이 책임진다.

앞서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산 원유 수출에도 영향을 줘 이란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전면적인 봉쇄를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란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위협하며 해협 봉쇄를 이어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지도 그래픽/그래픽=임종철

이란 지도부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CNN에 "이란은 미국 동맹국 소속 유조선과 상선에 대해 페르시아만에서 '보안 관세'(security duties)를 부과하는 계획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이 해협은 '폐쇄된 상태'"라며 "국제 유가를 좌우할 힘을 우리가 쥐고 있다. 미국은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고, 그 행동이 (원유) 가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가격은 이미 불안정해졌다. 우리는 트럼프가 패배를 선언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도럴의 골프리조트 트럼프 내셔널 마이애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란 정권이 세계를 인질로 삼고, 국제 석유 공급을 교란하려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란이 그런 행동을 한다면 훨씬 더 강력한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과의 대립이 한층 격해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어 "적절한 때가 되면 필요하다면 미 해군과 동맹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호위할 것"이라며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마무리 단계' 발언에 배럴당 80대로 반락했다. 국제유가는 전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중동 산유국의 생산량 감축 등으로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았었다. 국제유가자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이다.

미국 동부시간 9일 오후 8시 34분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 추이 /사진=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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