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유 수입·에너지 전략이 한국에 던지는 3가지 교훈[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논설위원
2026.03.22 04:00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사진=블룸버그

이란전쟁 발발이후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상회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이스라엘이 이란 가스전을 폭격하자 이란은 카타르의 가스시설 보복 공격에 나서는 등 중동 정세가 악화일로다.

이란이 사실상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길목으로 해협 봉쇄는 글로벌 원유 공급망 불안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연결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게는 중차대한 문제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0%가 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유가 급등은 매년 5억t이 넘은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에게도 골칫거리다. 중국은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어떻게 추진 중인지, 14억인구를 위한 에너지는 어떻게 생산하는지 살펴보자.

중국과 한국의 5대 원유 수입국
중국과 한국의 5대 원유 수입국/그래픽=김지영

중국과 한국은 매년 막대한 양의 원유를 수입하지만, 양국의 원유 수입구조는 차이가 크다.

먼저 한국의 원유 수입 상황을 보자. 2024년 한국은 10억300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2025년도 10억2847만배럴로 비슷한 수준). 사우디 아라비아로부터 약 3억3000만배럴(32.2%)을 수입하는 등 미국(1.7억배럴·16.4%)을 빼고는 상위 5대 수입국 중 4곳을 중동국가가 차지했다. 중동산 원유 비중만 71.5%에 달한다.

반면 중국은 작년 러시아로부터 약 7억4000만배럴(17.4%)를 수입하며 최대 원유 수입국을 러시아가 차지했다. 그 다음은 사우디(5.8억배럴·14.0%), 이라크(4.6억배럴·11.2%), 말레이시아(4.6억배럴·11.1%), 브라질(3.3억배럴·8.2%) 순이다.

러시아(17.4%)와 중동국가(42.3%)가 중국 원유 수입의 주축으로 중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한국보다 낮다. 한국은 미국의 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할 수 없었는데, 최근 미국이 한시적으로 제재를 완화하면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로 집계된 원유의 상당부분이 사실상 이란산 원유라는 부분을 감안하면 중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다소 높아질 수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중동국가 외에도 남미, 아프리카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원유 수입선 다변화 체계를 구축했다.

한국보다 4배 많은 42억3600만배럴을 수입한 중국...전력 생산은 수입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아
중국 원유 소비와 수입의존도/그래픽=이지혜

지난해 중국은 20조달러규모의 경제를 운용하기 위해 7억6200만t의 원유를 소비했다. 중국은 산유국이지만, 자체 생산으로 수요를 충당하지 못해 매년 70%가 넘는 원유를 수입한다. 작년에도 중국은 5억7800만t에 달하는 원유를 수입해 수입의존도가 76%에 달했다.

5억7800만t은 몇 배럴일까. t당 7.33배럴로 환산하면 42억3600만배럴로 작년 한국 원유 수입량(10억2847만배럴)의 4배가 넘는 규모다. 다만 중국 원유 소비는 2010년대 후반만 해도 매년 5% 가까이 늘었으나 2020년 이후 5년간 누적 증가폭이 10%에 못 미치는 등 증가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중국 국가전력망 산하 연구기관인 SGERI는 중국 원유 소비 감소 원인을 전기차 보급 확대, 특히 물류·운송 분야에서의 전기트럭 도입 증가로 들었다. 중국 최대 정유업체 시노펙도 2030년까지 중국 전기차의 전력 사용량이 350테라와트시(TWh)로 증가하면서 연간 7000만t 규모의 휘발유·경유 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중국 전기차 보급 확대는 중국 원유 수요 감소, 더 나아가서는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세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계속 관찰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원유 소비는 지난 20년간 2배로 증가하며 전 세계 원유 수요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재밌는 점은 중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가 70%가 넘지만, 전력 생산은 수입 에너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작년 중국 전력 생산량은 1만575TWh로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지난해 미국 전력 생산량은 4430TWh, 한국 전력 생산량은 595TWh다.

중국 발전원 구성을 살펴보면 화력 발전량 비중이 59.8%를 차지했는데, 중국은 화력 발전소는 석탄 중심 체제다. 작년 중국이 생산한 석탄은 48억5000만t, 수입물량은 5억t으로 중국은 발전에 사용되는 석탄 대부분을 자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석탄, 가스, 원자력 발전이 약 3분의 1씩을 차지하고 있으며 발전에 필요한 석탄과 가스는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중국의 나머지 발전원은 수력발전(13.8%), 풍력발전(10.7%), 태양광발전(11.1%)이다. 원자력으로는 485TWh(4.6%)를 생산했다. 태양광 발전량은 무려 39.8% 증가했는데, 이는 태양광 패널 가격이 급락하자 중국이 태양광발전설비를 대대적으로 늘린 영향이 크다.

중국은 2025년 비화석 에너지 소비 비중을 21.7%까지 높였으며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인 마지막 해인 2030년까지는 25%로 끌어올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최근 공격적인 전력설비 투자…원자력 발전소 투자↑
중국 발전소 건설 투자/그래픽=김다나

중국이 최근 전력 인프라 투자를 급격히 확대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 전력설비 투자는 2019년 3139억위안(약 68조원)에서 2024년 1조1687억위안(약 253조원)으로 불과 5년 만에 3배 넘게 늘었다. 시노펙에 따르면, 2030년과 2035년 중국 전력 소비량이 각각 1만3000TWh, 1만5TWh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중국 전력소비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시노펙은 2030년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만 한국 전력 사용량의 80%에 육박하는 500TWh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투자다. 중국의 원자력발전소 투자는 2019년 335억위안(약 7조2700억원)에서 2024년 1469억위안(약 32조원)으로 증가세가 가팔랐다. 반면 수력·화력 발전소 투자규모는 수년 간 1000억위안(약 22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의 원유 수입과 에너지 정책을 살펴본 결과, △원유 수입선 다변화 △수입 에너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전력 생산 △공격적인 전력설비 투자와 원자력 발전소 투자 확대 등 3가지가 눈에 띈다. AI시대, 폭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중국의 에너지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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