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전운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이란 군사작전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이란 발전소를 겨냥한 '48시간 최후통첩'을 꺼내 들면서다. 이란 역시 역내 미국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전쟁은 단기 충돌을 넘어 장기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이란이 인도양의 미·영 합동 군사기지와 이스라엘 본토를 향한 연이은 공격으로 서방의 예상을 뛰어넘는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와 긴장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22일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란은 20~21일 미국·영국 군사기지와 이스라엘 본토를 잇달아 공격하며 군사 역량을 과시했다. 이란은 21일 밤 자국 나탄즈 핵 단지 피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의 핵 연구센터 인근 도시 디모나(Dimona)와 아라드(Arad)를 정밀 타격했다. 이번 공격으로 아라드에서는 건물 여러 채가 파손되고 화재가 발생했고, 전제 부상자 수가 120명 이상에 달하는 등 광범위한 피해가 확인됐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아이언돔 등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은 이번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스라엘 소방 당국은 "요격 미사일이 발사됐지만 위협 차단에 실패했다"고 밝혔고, 군 당국은 실패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이 단순한 물량 공세가 아니라, 방공망의 허점을 겨냥한 정밀 타격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핵시설 인근을 직접 겨냥한 점은 "이스라엘의 핵 중추를 언제든 타격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에 앞서 20일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의 미·영 합동 군사기지를 향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목표물 타격에는 실패했지만, 사거리 측면에서 기존 평가를 뒤집는 사건이었다. 외신들은 이번 발사에 대해 "사거리 4000km급 미사일 능력이 확인된 첫 사례"라며 "이는 런던과 파리 등 서유럽 주요 도시까지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초기 단계"라고 평가한다. 이란의 미사일 능력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 확인된 만큼 이번 전쟁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까지 연루되는 대규모 국제전이나 핵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더글러스 배리 전문가는 "유럽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진단했고, 퍼시픽포럼의 윌리엄 앨버크 연구원도 "이 정도 사거리는 예상 밖으로, 개량형 또는 시험 단계 무기가 사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같은 분석은 이번 전쟁이 중동 지역을 넘어 유럽과 나토까지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유럽 국가들은 그간 이란이 기존 미사일의 전략을 개량해 사거리를 늘려 유럽을 겨냥할 것을 우려해 왔다.
한편 이란의 미사일 능력 강화 분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널뛰기 행보'와 맞물려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호르무즈 해협을 48시간 이내에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이란 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앞서 이란 미사일 전력 및 발사 체계 무력화 등 5가지 전쟁 목표 달성 임박을 주장하며 대이란 군사작전 축소를 언급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언이다. 민간 생활 기반인 발전소 공격은 사실상 전면전을 의미한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역시 역내 미군 에너지 시설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