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자본시장 규제를 연방법으로 명문화하며 상시 통제 체제를 구축 중이다. 특정 기업 명단이나 산업 분야를 지정해 거래를 막던 과거 방식과 달리, 이제는 '어떤 거래가 기술·통제 기준에 저촉되는가'를 상시 심사하는 규칙 기반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규제의 무게중심이 '누구를 막을 것인가'에서 '무엇을 막을 것인가'로 이동한 것이다.
이 전환의 법적 기반이 '포괄적 대외투자 국가안보법(COINS Act·Comprehensive Outbound Investment National Security Act of 2025)'이다.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FY2026 국방수권법(NDAA·Public Law 119-60)에 포함돼 제정됐다. 법 시행 전까지는 2025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한 재무부의 '해외투자보안프로그램(OISP)'이 경과규정으로 유지된다. 재무부는 법 제정일로부터 450일 이내에 최종 시행규칙을 공포해야 한다.
COINS법의 의미는 단순한 규제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대통령 행정명령에 기대온 임시 규제를 연방법 기반의 상설 체제로 격상시킨 변곡점이다.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기술·군사력 증강에 흘러드는 경로를 차단하겠다는 초당적 의지의 산물이기도 하다. 향후 시행규칙 설계에 따라서는 미국 금융기관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해외 투자 생태계 전반으로 준수 의무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COINS법 제정을 전후해 미국 자본시장의 아웃바운드·인바운드 양방향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규제 흐름을 짚고, 법이 본격 시행될 경우 한국 금융시장과 기업에 어떤 영향이 파급될지 분석한다.
미국 자본시장의 대중국 규제가 행정명령을 넘어 영구적인 법제화 단계로 진입한 시발점은 2023년 8월이다. 당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홍콩·마카오를 우려 국가로 지정하며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재무부는 이 행정명령(EO 14105)의 후속 조치로 1년여에 걸쳐 규제 대상 거래와 기술 범위, 제재 방법을 구체화한 해외투자보안프로그램(OISP)을 공포하며 자본 검역 시스템의 기초를 닦았다.
의회는 이 임시 규제를 연방법으로 격상시키는 입법 작업을 병행했다. 상원에서 2024년부터 논의된 '중국저지법(FIGHT China Act)'이 2025년 재발의됐고, 하원 의견과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투자 정책 기조가 더해지면서 보다 광범위한 COINS법으로 재탄생했다. 이 법은 최종적으로 2026회계연도(FY) 국방수권법(NDAA)에 반영되며 대외투자 규제의 입법적 완결성을 확보했다.
COINS법은 반도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인공지능(AI), 양자정보기술, 극초음속 시스템, 고성능컴퓨팅(HPC) 등 5개 전략 분야를 규제 핵심 기술로 명시했다. 이들 분야의 거래가 완료되면 30일 이내에 재무부에 의무 보고해야 한다.
규제 대상 외국인(Covered Foreign Person)의 범주 국가 또한 중국·홍콩·마카오에서 쿠바·이란·북한·러시아·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까지 6개국으로 확대됐다. 규제망은 단순 지분율을 넘어 지배구조까지 뻗는다. 지분 50% 미만이라도 중국공산당처럼 해당국 지배권력이나 정치 지도부가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외 법인은 모두 포함된다. 소유구조 중심에서 지배구조 중심의 규제로 진화한 것이다.
규제 대상 거래도 폭넓다. 주식·채권 투자는 물론 패시브·인덱스 펀드, 합작투자(JV), 사모펀드(PE), 벤처캐피털(VC)까지 망라한다.
집행 권한은 재무부 장관에게 집중됐다. 장관은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 명단(1260H 리스트), 상무부 수출통제 명단, 재무부의 중국 군산복합체 투자금지 명단(NS-CMIC)을 통합 관리하며 제재 대상을 결정한다. 중국의 해외 투자 데이터를 수집해 의회에 보고할 의무도 진다. 항만·에너지망 등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중국의 글로벌 자산 매입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집행 체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재무부에는 연간 1억 5000만 달러의 예산이 배정됐다. 또한 규제 범위는 법 개정 없이도 장관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어,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춘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다.
미 의회가 초당적 합의로 고강도 규제 법안을 가결한 배경에는 미국 자본이 중국의 군사·안보 역량 강화에 직접 기여해왔다는 뼈아픈 인식이 깔려 있다.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가 2024년 4월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까지 미국 정부가 블랙리스트 및 경계 대상으로 지정한 63개 중국 기업에 유입된 미국 자금은 총 65억 달러를 웃돌았다. 보고서는 대표적 위반 사례로 △중국항공공업그룹(AVIC)의 인민해방군용 첨단 전투기 생산 △중국건축정기공사(CSCEC)의 지부티 해외 군사기지 건설 △중국광핵집단(CGN Power)의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 등을 적시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이들 기업에 최소 19억 달러를 직접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의회의 강도 높은 비난을 받았다. 존 물레나르 특별위원회 의장은 미국 벤처캐피털이 인민해방군의 미래 기술 개발에 협력하는 기업들에 수십억 달러를 제공했다고 지적하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도 2025년 연례보고서에서 '중국 충격 2.0'과 '독재의 축'을 화두로 제시하며 미국 자본과의 시스템적 격리를 주문했다. USCC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이 첨단기술·전기차·첨단소재 분야에 집중되며 경제 전쟁을 고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이 러시아·이란·북한에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며 적대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전략적 공급망 분리를 위한 방어 조치가 시급하다고 권고했다.
COINS법 제정 전까지 미국의 대중국 규제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을 겨냥해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핀셋 규제' 방식으로 전개됐다. 상장·공시·감사 등 자본시장 규율과 투자·기술·통제 등 국가안보 논리가 결합됐지만, 행정명령 중심의 임시 조치에 머물렀다는 한계가 있었다.
첫 번째 강력한 법적 장치는 2020년 12월 제정된 외국기업책임법(HFCAA)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에 회계 감사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PCAOB 실사를 2년 연속 거부할 경우 상장 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계기로 페트로차이나, 시노펙, 중국인수보험, 중국알루미늄,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 주요 중국 국영기업들이 뉴욕 증시에서 자진 상장폐지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그러나 HFCAA는 공시·감사 측면의 규율에 집중했고, 미국 자본이 중국 군사·산업 기업으로 직접 흘러드는 문제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했다. 2021년 6월 발효된 행정명령(EO 14032)은 기존의 중국 공산주의 군사기업(CCMC) 리스트를 감시기술 기업까지 포괄하는 중국 군사·산업복합체 기업(CMIC) 리스트로 재편하고 미국인의 투자를 금지했다. 하지만 이 방식도 한계를 드러냈다. 제재 대상 기업이 구조를 바꾸거나 계열사로 분리하고, 제3국 법인을 통해 우회 상장하는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23년 8월 발효된 행정명령(EO 14105)은 기업명이 아닌 기술과 거래 유형 자체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꾀했다. 2025년 1월 재무부는 반도체·양자정보기술·인공지능(AI) 등 3대 핵심 분야에 대한 미국인의 투자를 제한하는 최종 규칙, 이른바 역-CFIUS(Reverse-CFIUS) 조치를 확정했다.
2025년 1월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아메리카 퍼스트 투자 정책'을 발표하며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대중국 투자 검토 기준을 '무협상 거부 (Non-negotiable Rejection)' 원칙으로 공식화했다. 이미 완료된 거래라도 국가안보 위협으로 판단되면 소급해 강제 매각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도 적극 행사하기 시작했다. 2025년 7월 재무부는 홍콩계 수이루이 그룹에 캘리포니아 소재 영상기술 기업 주피터 시스템즈의 지분 매각을 명령했다.
미 행정부가 자본의 외부 유출을 단속하는 동안,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 내 중국계 상장기업 규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사기·회계 부실·주가 조작 가능성이 있는 부적격 기업을 걸러내겠다는 의지다.
SEC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2000년대 이후 가변이익실체(VIE) 구조를 우회로 삼아 미국 증시에 대거 진입했다. VIE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실제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이익 수취 계약만으로 지배권을 행사하는 복잡한 구조다. 중국 공산당이 교육·인터넷 등 민감 산업에 외국인 소유를 제한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활용돼 왔다. 2025년 기준 미국 3대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55%인 159개사가 이 구조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들의 시가총액은 약 1조 달러로 전체 중국 상장사 시총의 91%를 차지한다.
VIE 구조는 두 가지 리스크를 동시에 내포한다. 하나는 계약적 지배력이 언제든 무력화될 수 있다는 거버넌스 리스크다. 2010~2011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중국 인민은행의 결제 라이선스 취득을 명분으로 알리바바의 핵심 자산인 알리페이를 자신이 지배하는 별도 법인으로 이전했다. 알리바바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던 야후는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중국 정부 규제나 경영진 판단 한 번에 투자자 권리가 공중분해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다른 하나는 회계·공시 사기 리스크다. 매출을 인위적으로 부풀린 타네라 인터내셔널, 허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그리드섬, 회장이 공모금을 탈취한 차이나캐스트 에듀케이션 등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에는 VIE 구조의 불투명성을 악용해 소셜미디어로 투자자를 유인한 뒤 물량을 넘기는 '램프 앤 덤프(Ramp and Dump)' 사기도 빈발하고 있다.
SEC는 지난해 9월 회계 부정과 시장 교란 행위를 상시 감시하는 초국경 태스크포스(Cross-Border Task Force)를 출범시켰다. 태스크포스는 발족 이후 올해 2월까지 이상 거래 징후를 보인 홍콩계 큐큐큐엠홀딩스, 싱가포르 소재 테크크리에이트 그룹 등 14개 해외 기업의 거래를 정지시켰다. SEC는 올해 중점 과제 중 하나로 'VIE의 재무보고 신뢰성 및 실질적 소유 구조 공개'를 채택했다.
나스닥도 중국·홍콩 기업에 대한 최소 공모 자금 요건을 기존 500만 달러에서 2500만 달러로 높이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재무부는 COINS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450일간의 최종 시행규칙 수립 단계에 돌입했다. 법 본문에서 개괄적으로 규정된 규제 대상과 거래 방식의 세부 정의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실무적 쟁점이 부상하고 있다.
첫째는 '대상 외국인(Covered Foreign Person)'의 정의 문제다. 현행 법문은 명확한 최소 의결권이나 지분율 기준 없이 재무부 장관이 시행령으로 '지시 및 통제(Direction and Control)'의 범주를 설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소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의 존재만으로도 해당 법인이 규제망에 걸릴 수 있다. 예컨대 미국 델라웨어주 설립 법인이라도 이사회 구성원 임명 거부권을 중국 법인이 보유하고 있다면, 10% 지분만으로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둘째는 인지 요건과 실사 의무의 범위다. 해당 거래가 규제 대상임을 투자자가 사전에 인지했는지(Knowingly) 여부가 위반 성립의 핵심 기준인데, 어느 수준의 조사까지 '상당한 주의 의무(Due Diligence)'로 인정되는지가 불분명하다. 단순 데이터베이스 조회로 충분한지, 계약서 검토와 보증 확보까지 요구되는지에 따라 컴플라이언스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미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 합작법인(JV), 글로벌 PE·VC 펀드는 기준이 확정될 때까지 불확실성을 안고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셋째는 규제 대상 기술의 범위 획정이다. AI·양자컴퓨팅·고성능컴퓨팅(HPC) 분야의 '기술적 매개변수(Technical Parameters)'를 어디서 끊느냐에 따라 군사적 목적과 무관한 일반 클라우드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개발 투자까지 위축될 수 있다. 기준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되면 미국 기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오히려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제기된다.
COINS법은 한국 기업들에도 직접적인 경영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규제 대상 국가가 중국을 넘어 러시아·이란·북한 등으로 확장됐고, 극초음속 시스템·고성능컴퓨팅(HPC) 등 신규 기술 부문이 통제 범위에 추가됐기 때문이다.
리스크는 크게 네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공급망 파트너 리스크다. 한국 기업이 거래하는 상대가 중국 내 자회사이거나 중국 공산당의 지시·통제를 받는 국유·준국유 기업일 경우 해당 거래는 COINS법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 이외의 우려 국가와 기술·자금·데이터 접점이 확인돼도 마찬가지다.
둘째는 인적 리스크다. 미국인(U.S. Person) 임원이나 핵심 기술진을 보유한 한국 기업이 중국 내 금지 기술 분야에 투자하거나 관련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해당 개인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셋째는 자본 리스크다. 미국계 LP(유한책임출자자)를 유치한 한국 펀드나 미국계 VC·PE로부터 투자받은 한국 스타트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해당 투자자들이 법 위반을 우려해 투자 회수를 압박하거나 사업 방향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넷째는 소급 적용 리스크다. 수년 전 인수한 기업이라도 중국 내 주요 기술 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중국 정부와의 연결고리가 사후에 확인될 경우 재무부는 해당 지분의 강제 매각을 명령할 수 있다. 과거의 거래가 현재의 안보 기준으로 소환되는 구조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박희제 변호사는 "거래 상대방뿐 아니라 그 기업의 지배구조와 자금 출처, 최종 수혜자까지 추적해야 한다"며 "형식적으로 비중국 기업이라도 실질적으로 중국 정부나 국유 자본의 영향권에 있다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 체결된 투자나 합작 구조도 사후에 문제가 될 수 있어 기존 포트폴리오 전반의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자본이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기업이 'U.S. Person'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해당 자본이 규제 적용 대상이 되는 만큼 사실상 미국 기준의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진단이다.
금융업계에서는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특정 국가의 개입 여부를 완벽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입증 책임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COINS법의 가장 날카로운 조항은 소급 적용이다. 수년 전 인수한 기업이라도 중국 내 주요 기술 자산을 보유하거나 중국 정부와의 연결고리가 사후에 확인되면, 재무부는 해당 지분의 강제 매각을 명령할 수 있다. COINS법상 집행 권한과 별개로, 재무부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추가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과거의 거래가 현재의 안보 기준으로 소환되는 구조다.
미국은 COINS법을 통해 글로벌 자본 거래를 안보 관점에서 상시 심사하고 사후 집행권까지 행사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아직 시행규칙 확정까지 450일이 남아 있지만, 규제의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한국 기업들에게 그 시간은 유예가 아니라 준비 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