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더라도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끝낼 용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의 종료신호로도 해석되지만 석유공급과 관련한 문제를 동맹국들에 떠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으로부터 통행료를 받기 위한 근거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복수 소식통의 말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쟁의 조기종식 의향을 측근들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호르무즈해협을 강제로 개방하는 작전이 진행되면 군사작전 기간이 당초 설정한 4~6주를 넘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란 해군력과 미사일 전력을 약화하는 핵심목표를 달성한 뒤 △현재의 군사충돌을 정리하고 △외교적 압박을 통해 해상교역 정상화를 유도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란 설명이다.
소식통들은 외교적 접근에 실패할 경우 유럽과 걸프지역 동맹국들이 해협의 재개방을 주도하도록 압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군사적 선택지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우선순위는 아니라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같은 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중동매체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이번 군사작전은 "수주 내" 종료될 것이라면서 이후 호르무즈해협 문제는 "이란의 선택(스스로 개방)이거나 미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연합이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된 내용들에 따르면 상황에 따라 전쟁이 종료돼도 호르무즈해협의 개방은 더 긴 시간 동안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함께 이란을 공습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보수매체 뉴스맥스와 인터뷰에서 "(이란전쟁은) 확실히 절반을 넘었다"면서도 "이란의 무기산업을 거의 마무리 단계까지 타격했다"고 말했다. 전쟁의 종료시점을 밝히는 것은 거부했지만 마무리 단계라는 신호는 띄웠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할수록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원유·LNG(액화천연가스) 같은 에너지뿐 아니라 비료·헬륨 등 핵심 산업 원자재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해협통제 수순을 이어간다.
이날 이란 관영 프레스TV에 따르면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관리계획안을 승인했다. 관리안에는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의 해협통과를 금지하고 이란에 대해 일방적인 경제제재를 집행하는 국가들의 해협접근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전 말로니 부소장은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에서 군사작전을 종료하는 것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에너지 시장은 본질적으로 글로벌 시장이기 때문에 이미 발생한 경제적 충격과 앞으로 확대될 피해로부터 미국이 자유로울 순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대응을 놓고 상반된 메시지를 반복했다. 호르무즈해협이 개방되지 않을 경우 민간 에너지 시설을 폭격하겠다고 위협하는가 하면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한편으론 미국은 최근 중동에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 미국의 육군 정예 82공수사단 소속 병력 수천 명이 중동에 도착하기 시작했고 미군 1만명을 추가 파병하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