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속았나? 트럼프가 이란 전쟁 나선 이유

김종훈 기자
2026.04.08 07:58

[미국-이란 전쟁]1기 행정부와 달랐던 트럼프 참모들 "무슨 결정이든 따를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제임스 S. 브래디 기자회견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28일(현지시간) 이란 공습 작전 '에픽 퓨리'를 승인한 내막이 NYT(뉴욕타임스) 보도로 공개됐다. 보도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주 전 백악관을 극비 방문해 이란의 신정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부추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헛소리"라는 정보당국 평가를 전달받고도 에픽 퓨리 작전을 승인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월11일 오전 11시쯤 백악관을 극비 방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들을 대상으로 이란에 대한 극비 브리핑을 진행했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브리핑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정권 교체에 적합한 시기를 고르라면 지금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하면 이란 신정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몇 주 안에 완전히 파괴 가능하며 정권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약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정보공작을 통해 이란 내부에서 폭동을 부추기고, 독립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쿠르드족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정권은 얼마 못가 붕괴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라며 네타냐후 총리의 브리핑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참모진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어느 정도 설득당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바로 그날 미 정보기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진행한 브리핑에 대한 검증에 들어갔다. 정보기관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제거하고 이란을 무력화하는 것까지는 가능하지만 이란 내 민중 봉기를 일으켜 신정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가 제안한 시나리오에 대해 "우스꽝스럽다"는 평가를 내렸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헛소리"라고 했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과장은 이스라엘의 전형적 수법"이라며 "우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설득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참모들의 반대는 여기까지였다. 1기 행정부 때 트럼프 대통령과 격렬한 논쟁을 벌였던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과 달리 케인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만류하지 않았다. 이란을 공격할 경우 미국 무기 재고가 급격히 고갈되고 호르무즈 해협 안보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조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을 정면에서 반박하지는 않았다.

NYT는 "대통령이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막는 것을 자기 역할로 여겼던 마크 밀리 전 의장과 달리, 케인 의장은 대통령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했다"며 "이 탓에 케인 의장이 반대하면서 찬성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고 했다.

트럼프 백악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은 군사 문제에 있어서는 나서기를 꺼렸다고 한다. 이번 작전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 조언을 할 것을 독려할 뿐 직접 조언하지는 않았다. 이란 전쟁이 발발할 경우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면서 주변에 우려를 표하기는 했지만 막판에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라"라며 트럼프 대통령 결정에 찬성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했던 1기 행정부 존 켈리 전 비서실장과 다른 태도다.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작전 포기를 설득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JD 밴스 부통령이 "이란 정권 교체를 위한 전쟁은 재앙"이라며 강하게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 다음부터는 군사작전을 신속하게 종료해야 한다며 압도적인 무력을 사용할 것을 건의했다.

NYT는 1기 행정부 때부터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골칫거리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신정체제 붕괴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를 실현한다면 '이란 정권 교체를 이뤄낸 대통령'이라는 자화자찬을 할 수도 있었다. 또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1월 카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암살을 지시한 것을 거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보복 암살 우려가 있었다고 짚었다. 지난해부터 미군이 이란 핵 시설 폭격,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등 군사작전을 연달아 성공시킨 사실도 트럼프 대통령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말 이스라엘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회담 일정 첩보를 전달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이미 마음을 굳히고 시기를 엿보고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2월26일 백악관 상황실 최종 회의에서 참모들 의견을 수렴했다. 다소 우려가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따를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행운을 빈다"며 이란 공습 작전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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