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아직 탄도 미사일 수천 발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하에 숨겨둔 발사대를 꺼내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군사력은 무력화됐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장과 상반된다.
WSJ는 미국, 이스라엘 측 익명 관계자와 관련 보고서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라면서 미 정보당국은 이란이 미사일 전력을 일부 재건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WSJ 취재에 응한 관계자들은 이란이 여전히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 수천발을 숨겨두고 있으며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28일 개시된 전쟁으로 탄도 미사일 보유량이 절반 수준까지 줄긴 했으나 아직 상당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드론도 전쟁 전에 비해 재고가 50% 줄기는 했지만 러시아 등 우호국 지원을 받아 인접국가를 공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미국 측 관계자들은 오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바마드에서 시작되는 미국, 이란 휴전 협상이 결렬된다면 이란이 페르시아 만 일대에서 미군과 유조선 등 민간 선박을 공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WSJ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군사산업 시설을 집중 공격했기 때문에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 보유량을 빠른 시일 내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이란은 회복력이 강한 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이 여전히 탄도 미사이 발사대를 배치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 달 넘는 공습을 통해 이란 군사력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한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은 지난주 취재진과 만나 이란 미사일 능력에 대해 "근본적으로 파괴됐다", "거의 완전히 무력해졌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10일 앤드루스합동기지에서 "이란의 군대는 격퇴됐고 사라졌다"며 "그들이 가진 미사일은 매우 적고 그들의 제조 역량도 매우 낮다"고 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동 담당 국장 존 알터만은 "이란의 군사력은 전쟁 전에 비해 아주 낮아진 상태"라며 "그럼에도 페르시아 만 평화와 안보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란은 지지 않으면 승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면 우리(미국)는 이기지 못하면 패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란이 상당한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버티면서 신정 체제를 유지만 해도 이란이 이번 전쟁의 승자로 남을 수 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