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차기 의장 인사청문회를 앞둔 케빈 워시 후보자가 20일(현지시간) "대통령이나 상원의원, 하원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이 금리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것이 연준의 통화정책 운영 독립성을 특별히 위협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연준 안팎의 전문가 지적과 대치되는 입장이다. 워시 후보자는 미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이날 사전 제출한 모두발언문에서 "통화정책 수행이 엄격한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워시 후보자는 또 "연준 독립성은 통화정책의 운영에서 최고 수준에 있는 상황이지만 이런 수준의 독립성이 의회가 임무를 부여한 모든 기능으로까지 확장되지는 않는다"며 "연준의 권한 범위 내에 있는 비통화정책 사안에 관해 행정부 및 의회와 협력하는 데 동등하게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 업무인 통화정책을 제외한 은행 감독, 금융결제 시스템 감독 등 다른 업무는 통화정책 수준의 독립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워시 후보자는 "연준의 독립성이 가장 위협받는 것은 권한도 전문성도 없는 재정·사회 정책 영역을 넘볼 때"라고도 밝혔다.
미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는 오는 21일 워시 후보자 인준을 위한 인사청문회를 연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워시 후보자가 연준 의장으로 취임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춘 통화정책으로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워시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최소 2억달러(약 2900억원) 규모의 재산 내역 신고서에 투자 펀드의 구체적인 내역이 공개되지 않은 점을 두고도 민주당의 공세가 예상된다.
인사청문회와 별개로 인준 표결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상원 은행위 소속의 공화당 톰 틸리스 의원이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과다 지출 문제와 관련해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미 법무부의 수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워시 후보자 인준에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체 24명으로 구성된 상원 은행위는 현재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 구도로 민주당 의원 전원과 공화당 의원 1명 이상이 반대 의견을 내면 인준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을 수 없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15일 만료된다. 파월 의장은 임기 만료 후에도 워시 후보자가 의회 인준을 받지 못할 경우 '임시 의장'으로 계속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