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전쟁 때 제정된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에너지 공급망에 연방정부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주요 에너지 산업 재정 지원을 목적으로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력망 시설 △대규모 에너지 생산 시설 △액화천연가스(LNG) 처리·저장 시설 △석탄 생산·발전 시설 △석유 생산·정제·운송 시설 등 5개 산업 분야에 대해 보조금 지원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을 통해 확보된 예산을 재원으로 사용한다.
이 법에 따라 연방정부는 탄소 배출량 감축 여부를 묻지 않고 화석 연료 시설에 대규모 보조금과 대출 보증을 지급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8 회계연도까지 10억 달러 규모 예산을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지원 대상으로 삼은 5개 산업 분야와 관련해 "미국의 에너지 생산·운송 능력 때문에 경제·안보·외교에 심각한 위협이 초래됐다"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공고히 해 경제, 안보를 지켜내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DPA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8월 제정됐다.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국가가 산업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국방에 필요한 물자를 우선 생산하도록 기업을 통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배급제, 가격 상한제, 기업 대출 규제 등 여러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희토류 등 전략 광물 생산을 늘려야 한다면서 DPA를 발동했다.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3월에도 코로나 팬데믹 대응에 필요한 마스크 등 의료물품 생산을 늘리겠다며 DPA를 발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