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 60년 만에 탈퇴를 발표한 것은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정치·경제적 갈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OPEC 석유 할당량과 '오일 머니' 문제를 둘러산 오랜 갈등이 이번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계기로 폭발한 모양새다.
UAE는 국영매체 WAM을 통해 내달 1일부터 OPEC과 비중동 산유국까지 아우르는 OPEC+에서 탈퇴한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UAE 에너지부는 이번 성명 발표 직후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에너지 분야와 석유 부문 등 여러 전략을 신중하게 검토한 끝에 내려졌다"고 밝혔다.
UAE 에너지부는 "세계는 앞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고 필요로 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파트너, 투자자들과 협력해 원유, 석유화학 제품과 가스와 관련해 미래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OPEC의 생산량 할당에 더 이상 구애받지 않고 시장 수요에 맞춰 원유를 증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967년 아부다비 토후국 자격으로 OPEC에 가입한 UAE는 OPEC 내 원유 생산량 3위, OPEC+ 기준 4위 국가다. 원유 시장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UAE의 원유 생산 능력은 하루 400만 배럴 이상이다. UAE는 OPEC+의 생산 할당량에 맞춰 하루 300만 배럴 정도를 생산 중이었다. 그럼에도 아부다비 국영 석유공사(ADNOC)는 2027년까지 하루 500만 배럴 생산 달성을 추진해왔다.
OPEC+가 생산량 할당을 통해 원유 생산을 제한한 것은 국제유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OPEC+를 주도하는 중동 맹주 사우디는 국제유가를 최소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유지하며 '탈석유' 사업 개발을 위한 자금을 꾸준히 확보하길 바랐다.
반면 전세계가 탈탄소 행보에 동참함에 따라 석유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 예상한 UAE는 당장 증산량을 늘려 오일 머니를 신속히 확보하길 바랐다. 수하일 알 마즈루이 UAE 에너지부 장관은 2022년 "아무리 늦추려 해도 석유는 쇠퇴하는 추세다. 석유가 영원할 것이란 가정은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원유 산업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치솟자 OPEC+의 생산량 할당에 대한 UAE의 불만이 더욱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UAE 대표 유종 머반유는 이란 전쟁 전 배럴당 70달러 수준이었다가 현재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예멘도 문제였다. 현재 예멘은 후티 반군, 남부 아덴을 통치하는 망명 정부, 남예멘 독립을 주장하는 제3세력 남부과도위원회(STC)의 대립으로 극도의 혼란 상태다. 예멘 정부군과 STC 배후에는 각각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있다. 사우디는 예멘 정부군을 통해 예멘 전체를 영향권에 두길 바란다. 사우디에 비해 국력이 약한 UAE는 무칼라, 아덴 등 예멘 남부 아덴만 일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목표다. 예멘에서 대리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사우디 군은 지난해 말 STC를 지원할 목적으로 UAE가 무칼라 항에 하역한 무기, 차량을 공습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UAE가 서류상으로는 더 이상 생산량 할당의 제한을 받지 않게 됐지만 호르무즈 해협 위기로 생산 시설 대부분이 가동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단기적으로는 UAE의 OPEC 탈퇴가 유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취지다.
그러나 오일프라이스닷컴은 "2019년 카타르 탈퇴, 2024년 앙골라 탈퇴 이후 OPEC은 세 번째로 큰 원유 생산국을 잃게 됐다"며 "사우디가 가격 전쟁으로 대응할지, 협상에 나설지, 조용히 물러설지가 관건이다. 차기 OPEC+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OPEC+는 6월7일 장관급 회의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