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시장 개방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동행 경제인 명단에 없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막판에 베이징 행 에어포스원(미국 대통령 전용기)에 태웠다. 엔비디아 AI(인공지능) 칩 'H200'의 중국 시장 진입이 미중 정상회담 핵심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13일 로이터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황 CEO는 기착지인 알래스카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미국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했다.
황 CEO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팀 쿡 애플 CEO, 켈리 오트버그 보잉 CEO 등 기업인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함께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SCMP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황 CEO는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 초청으로 정상회담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황 CEO는 최근 "초청받으면 방중 대표단에 합류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그의 이름은 백악관이 확정한 명단엔 없었다. 미국 정부 소식통을 통해선 항공기와 농업 등 정상회담 의제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업인들 위주로 대표단이 꾸려졌단 말이 나왔다. 미국이 중국에 보잉(Boeing), 소고기(Beef), 대두(Beans) 등 '3B' 구매를 집중 요청할 것이란 게 외교가 관측이었다. 황 CEO가 대표하는 AI 산업과 기술 이슈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 협상 지렛대로 남겨둘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막판 합류로 AI 칩(Chip) 관련 구체적 의제도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엔비디아와 직접 연관된 H200의 중국 판매가 베이징에서 논의될지 관건이다. 엔비디아의 H200은 초고성능 버전 블랙웰 바로 아래 단계 AI 칩이다. 미국은 연초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했지만 중국 당국이 자국 들의 구매에 사실상 제동을 걸면서 실제 판매는 묶인 상태다.
중국이 미국의 H200 수출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선 최첨단 칩이 아닌 H200의 수출을 통해 중국을 미국 AI 생태계 안에 가둬 중국의 첨단 칩 제조 발전속도를 늦추려는 의도란 논평이 나왔다. 따라서 황 CEO의 깜짝 합류는 H200 관련 문제를 회담에서 논의해 보겠단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황 CEO의 에어포스원 탑승 소식이 전해진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 주석에게 중국 시장을 개방해 '이 뛰어난 사람들(기업 대표단)'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요청할 것"이라며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요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3B'는 물론 H200까지 중국 시장에 안착시켜 이번 방중 성과로 내세우겠단 뜻으로 보인다.
난마처럼 얽힌 이란과 대만 등 지정학적 문제는 딱 떨어지는 결과물을 내놓기 어려운 만큼 시장 개방 의제를 우선순위로 언급했을 수 있다. 중국 역시 이를 통해 시장 개방에 우호적이란 대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글로벌 거시경제·투자 리서치 업체인 가브칼리서치 산하 가브칼 테크놀로지스의 라일라 카와자 디렉터는 SCMP를 통해 "정상회담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중국이 H200의 제한적 수입을 허용하고, 이를 시장 개방 지속의 증거로 홍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엔비디아에 AI칩 핵심 구성품 HBM(고대역폭메모리)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도 무관치 않다. H200 중국 판매가 본격화되면 HBM 출하 역시 늘어날 수 있어서다. 당초 시장에선 중국의 H200 잠재 수요가 100만개 이상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H200 등 AI 칩 의제가 협상 테이블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경우 다른 핵심 의제와의 맞교환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도 변수다. 중국이 H200 판매를 허용하고 희토류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미국에 반도체 장비 규제 일부 완화를 요구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가브칼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희토류 공급망 확보를 위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 접근을 일부 허용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