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마시는 트럼프, 시진핑 옆에서 술 한모금…中 위상 보여줬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5.15 01:40

[미중 정상회담]

/AFPBBNews=뉴스1

술을 마시지 않는 철저한 금주가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중국 방문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한 국빈 만찬에서 술을 마시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중국과 시 주석에 대한 외교적 경의를 표한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과거와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만찬 연설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이 식민지 시대 신문에 공자의 어록을 실었다"며 미국 건국 초기부터 중국 사상과 문화에 관심이 컸다는 점을 언급하는 등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시종일관 강조했다. 미국 철도 건설에 참여했던 중국 노동자들을 언급하면서 "중국인들이 농구를 좋아하고 청바지를 입는데 미국과 중국 국민은 공통점이 많다"고도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을 "친구(my friend)"라고 부르면서 시 주석 부부를 오는 9월24일 백악관으로 초청한 뒤 건배를 제의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건배주가 담긴 잔을 여러차례 치켜 세우더니 입에 가져가 한 모금 마신 뒤 술잔을 직원에게 건넸고 잠시 술을 입 안에 머금고 있다가 삼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건배주는 중국 허베이산 장성(長城) 와인이다. 영어 표기로는 거대한 벽(Great Wall)이라는 뜻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찬장 연단에서 건배사를 한 뒤 지정석인 원형 테이블의 시 주석 옆자리에 앉아서도 술을 마시는 듯한 장면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형인 프레드 트럼프가 43세에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뒤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는 등 철저한 금주로 잘 알려져 있다. 술 대신 콜라를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콜라를 주문하는 '콜라 버튼'을 만들었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AP=뉴시스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이 주최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에선 미국에서 공수한 '다이어트 콜라'를 마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 대통령의 건배 제의에 따라 샴페인 잔을 들었다가 입에 대는 시늉만 하고 콜라를 마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시 주석과의 만찬에서 술을 마신 듯한 모습을 두고 중국과 시 주석을 존중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영국 데일리메일 백악관 출입기자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에 "형이 음주 문제로 사망했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존경의 표시로 한 모금을 마시며 시 주석에게 건배를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모습이 9년 전 중국 방문 당시와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 훨씬 더 강력해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술을 마셨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입만 댔거나 술잔에 술 대신 다른 음료가 담겨 있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AP통신은 이날 만찬으로 토마토 수프에 든 바닷가재, 바삭한 소갈비, 베이징식 오리구이, 제철 야채 조림, 겨자 소스에 천천히 익힌 연어, 티라미수, 과일, 아이스크림 등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소갈비 메뉴가 잘 익힌 스테이크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만찬장 안팎에서는 미국 주요 기업인들의 행보도 화제를 모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정상회담 전 열린 인민대회당 환영 행사에서 몸을 360도 돌리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만찬장에는 여섯살 아들 엑스를 데리고 등장했다. 중국풍 상의에 호랑이 얼굴 장식 전통 가방을 든 아이의 모습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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