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에 환율방어 안간힘…원유 수입국, 美 국채 팔아치웠다

조한송 기자
2026.05.19 16:17

닛케이 "중국·일본 등 중동산 원유 수입국 중심 매도"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중동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되며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를 상회하고 있는 1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을 위해 줄을 서 있다. 고유가와 미 국채 금리 급등으로 조성된 강달러 상황에 겹쳐 외국인이 지난주에만 국내 증시를 20조 원 넘게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2026.5.1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직격타를 맞은 중동산 원유 수입국들이 전쟁 후 첫 한달인 지난 3월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 물가가 높아지면서 자국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미 국채를 매도하고 자국 통화를 사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기관투자자들의 국채 매도 또한 미 국채 수익률 급등(국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19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국채 순매도액이 가장 컸던 국가는 299억달러(약 45조원)를 기록한 중국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별 비교가 가능한 2023년 2월 이후 최대 규모의 순매도액이다.

순매도 2위는 현재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으로 239억달러(36조원)로 집계됐다. 이밖에 스페인(117억달러·약 18조) 터키(103억달러·약 16조원) 인도(80억달러·약 12조원) 프랑스(76억달러·약 11조원) 네덜란드(60억달러·약 9조원) 콜롬비아(35억달러·약 5조원) 인도네시아(30억달러·약 5조원)순으로 2~9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순매도액 16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로 10위로 집계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원유 수입국에서 미국 채권 매도가 두드러졌다"며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의 환율 당국이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미 국채를 매도, 자국 통화 매수 개입에 나섰을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중동산 원유 수입량이 많은 나라들이다. 특히 중국은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약 80% 가량을 사들이는 주요 수입국이다. 미국·이스라엘에 의한 이란 공격이 개시된 이후 전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유가(WTI 기준)는 3월 말 기준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닛케이는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중동산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통화 가치 하락 압력도 덩달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LSEG)에 따르면, 3월 기준 인도 루피화 가치는 달러 대비 3% 미만,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1% 이상 각각 하락했다.

닛케이는 더불어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국채 가격 하락)을 예상한 금융기관들의 매도(채권 가격 하락)도 미 국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장기 금리의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2월 말 3.9% 안팎에서 3월 말에는 4.3%까지 치솟았다.

한편 G7 재무장관들은 18~19일 프랑스 파리에 모여 이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와 글로벌 채권 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논의했다. 가타야마 사츠키 일본 재무상은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첫날 일정을 마친 뒤 취재진에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유가 상승과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발생했다는 점에 대한 회원국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글로벌 채권 매도세와 관련해 G7 차원의 공동 행동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각국이 자국 시장 상황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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