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을 보이던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농축우라늄을 이란 내에서 처리하는 방안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교착상태에 있던 쟁점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열렸다. 미국이 이란 남부에 일부 공습을 가했지만 이로 인해 협상에 악영향이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인도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6일 기자들에게 이란과의 협상에 대해 "오늘 카타르에서 일부 회담이 진행됐다. 진전이 있었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초기문서(MOU 초안)의 구체적인 문구를 두고 많은 대화가 오가고 있어 (체결까지는) 며칠 정도 걸릴 것같다"고 말했다. 양측은 중재국인 카타르에서 간접적으로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를 이뤄내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면서 "(미국과 이란이) 좋은 합의를 하거나 아니면 합의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루스소셜에 이란과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서 "이건 모두를 위한 '위대한 합의'이거나 합의불발뿐"이라고 썼다.
또한 루비오 장관은 이란 선박 등을 겨냥한 미군의 공격을 설명하며 "호르무즈해협은 어떻게든 열릴 것이다. 해협은 개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중재국 인사들의 말을 인용, 미국과 이란이 핵프로그램 관련 조치와 제재완화의 선후문제를 두고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종전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는데 루비오의 발언에 따르면 양측의 협상 자체는 유지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농축우라늄(핵먼지!)은 즉시 미국에 인계돼 본국에서 폐기되거나 가능하다면 이란 이슬람공화국과 협력·조율하에 현지 또는 기타 용인할 수 있는 장소에서 미국원자력위원회(AEC) 또는 그에 준하는 기관의 참관하에 폐기될 것"이라고 썼다.
그간 이란의 농축우라늄을 미국이 직접 회수해 폐기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는데 이를 이란 내에서 폐기하는 대안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양측이 평행선을 그리던 협상의 쟁점에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열렸다. 다만 이렇게 되면 이란전쟁의 명분이 퇴색하면서 미국 내 지지층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트루스소셜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파키스탄, 튀르키예 등 이슬람권 주요 지도자 및 고위인사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한 '아브라함협정'에 동시서명을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브라함협정은 트럼프 집권 1기 때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외교협정인데 가지지구 전쟁이 발발하면서 협정의 확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글은 국내 지지층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외교성과를 키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아랍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미 중부사령부는 25일 성명을 통해 이란 남부에서 기뢰설치를 시도하던 선박과 미사일 발사기지 등을 타격했다며 "이번 공격은 이란군의 위협으로부터 미군 병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고 발표했다. 이란 메흐르통신은 호르무즈해협 인근 지역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면서도 현지상황은 통제되고 있으며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