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모두 5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에 AI(인공지능) 관련 수요 증가가 겹치며 나타난 결과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생산자물가에 비해 완만하단 점도 재확인됐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압력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지만 내수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디단 분석이 나온다.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5월 전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1.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과 같은 상승폭으로 시장 예상치 1.3%를 소폭 밑돌았다. 올해 1~5월 평균 CPI는 전년 동기 대비 1.0%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도시 지역 CPI가 1.3%, 농촌 지역이 1.1% 상승했다. 식품 가격은 1.7% 하락한 반면 비식품 가격은 1.9% 상승했다. 소비재 가격은 1.6%, 서비스 가격은 0.8% 각각 올랐다.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3.9% 상승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전월 상승폭 2.8%도 웃돌았다. 기업의 원자재·중간재 구매가격을 반영하는 생산자 구매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8%, 전월 대비 1.3% 상승했다. 올해 1~5월 평균 PPI는 전년 동기 대비 1.0% 상승했으며 생산자 구매가격지수는 1.6% 상승했다.
둥리쥐안 국가통계국 수석통계사는 CPI 상승 원인으로 국재 원자재 가격 상승 파급효과를 꼽으며 "5월 휘발유 가격은 전년 대비 23.5%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다양한 산업에 깊게 적용되고 연산 능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비철금속, 전기기계, 컴퓨터 관련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5월 휴대전화 가격은 전월 대비 1.6%, 태블릿PC 가격은 1.1% 상승했다.
둥 통계사는 PPI와 관련해서도 AI와 연산능력 수요 확대가 첨단 제조업 원가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광섬유 제조 가격은 전년 대비 8.0%, 전선 제조 가격은 1.2% 상승했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건설과 서버 증설이 급증하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 광섬유와 막대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전선 수요가 함께 늘어난 영향이다.
5월 CPI 상승세가 PPI 보다 완만한 것에 대해선 중국 소비 회복속도가 여전히 더디단 증거란 분석이 나온다. 창장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생산 비용은 높아지고 있지만 내수 부진 때문에 기업들이 이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완훙위안증권 역시 보고서에서 "최근 생산비용 상승을 경기 회복 신호로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들이 고가 소비재에 지갑을 열지 않으며 CPI가 크게 오르지 않았단 분석도 나왔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5월 승용차와 주요 가전제품 소매 판매는 약 20% 감소했다"며 "5월 노동절 연휴 소비 증가세도 올해 다른 연휴에 비해 둔화되면서 중국 내수의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자오웨이 선완훙위안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높은 물가가 소비 위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 탓에 향후 발표될 5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