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 급증에 커지는 투자 부담…줄잇는 유상증자에 주가 '경고음'

권성희 기자
2026.06.11 13:55

AI(인공지능)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유증)가 미국 주식시장을 압박하는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유증은 일반적으로 주식 공급을 늘려 주가에 부담을 준다.

AI 서버 제조회사인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는 10일(현지시간) 정규거래에서 주가가 28.0% 폭락한 29.27달러로 마감했다. 전날 장 마감 후 서버와 스토리지 시스템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70억달러 규모의 유증을 발표한 탓이다.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 올들어 주가 추이/그래픽=김지영

슈퍼 마이크로는 50억달러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신규 발행해 조달하고 나머지 20억달러는 오는 7월 이후 ATM(AT-The-Market) 방식으로 주식을 더 발행할 계획이다.

ATM은 블록딜 형태로 미리 정해진 가격에 한꺼번에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당시 시장 가격에 수시로 신주를 매각하는 방식이다.

슈퍼 마이크로는 유증으로 마련된 자금을 최근 들어온 390억달러 규모의 서버 및 스토리지 주문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부품을 사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슈퍼 마이크로는 최근 반도체 등 부품 가격 상승과 델 테크놀로지스 등과의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라클은 10일 장 마감 후 시장 예상을 웃도는 분기 실적을 내놓았으나 지난 2월에 발표한 200억달러의 유증 외에 추가로 200억달러의 자금을 더 조달하겠다고 밝혀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0% 이상 하락했다.

앞서 지난 2월1일에 오라클은 올해 말까지 450억~5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며 이 중 최대 200억달러는 시가 발행(ATM) 방식의 유증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오라클 주가는 4일 연속 17.1% 급락했다.

10일 장 마감 후에는 2026 회계연도 4분기(올 3~5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년 5월 말 종료되는 2027 회계연도에 기존에 발표한 200억달러의 유증을 포함해 총 400억달러의 자금을 부채 및 주식 매각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동시에 올해 말까지 부채를 더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추가로 조달하는 200억달러의 자금은 내년에 채권 발행이나 대출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고 유증 규모를 더 늘리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오라클은 2026 회계연도에 자본지출이 556억6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508억50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2027 회계연도 자본지출은 이보다 더 크게 늘어난 최대 950억달러로 전망했다.

지난 1일에는 알파벳이 800억달러의 유증을 발표했다. 100억달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에 배정하고 300억달러는 기관투자가 대상으로 공모하며 나머지 400억달러는 올 3분기부터 시가 발행(ATM)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난 3일 기관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리자 기관투자가 대상의 공모 규모를 300억달러에서 347억5000만달러로 증액했다.

다만 알파벳은 현금 창출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을 인정받고 있어 유증 발표 이후 10일까지 주가가 6.3% 떨어지는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의 하락률 6.7%보다 적은 것이다.

메타 플랫폼스도 내부적으로 유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 5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메타가 올해 최대 1450억달러에 달하는 자본지출 충당하기 위해 수백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메타측은 "순전히 추측에 불과하다"며 "가장 유연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만 밝혔다.

메타 주가는 유증 검토 보도가 나온 지난 5일 5.5% 하락했다.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는 4거래일 연속 총 9.0% 떨어졌다.

다만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주요 AI 반도체 기업들은 수요 급증에 따른 현금 창출력이 워낙 강한데다 클라우드 업체들처럼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부담도 없어 현재로선 유상증자 압력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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