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 복귀를 위해 부채 구조조정을 준비 중인 베네수엘라가 곧 2400억달러(370조원) 규모 대외 부채를 공개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2012년 유로존 위기를 불렀던 그리스 이후 최대 규모의 국가부채 구조조정 사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 베네수엘라가 몇 주 안으로 대외 국가부채를 채권단에 공개할 예정이며 부채 규모는 24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S&P글로벌이 지난 4월 추산한 부채규모 1500억~2000억달러(231조~308조원)를 훌쩍 넘는다.
베네수엘라 국채와 국영석유공사 PDSVA의 발행 채권은 원금만 600억달러(92조원)에, 2017년 디폴트 선언 이후 복리로 쌓인 이자가 400억달러(6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복리 이자는 매년 50억달러(7조원)씩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가 무역 회사들에게 지급해야 할 미지급금 부채 300억~500억달러(46조~77조원) △우고 차베스 정권 시절 글로벌 석유 기업들의 현지 자산을 강제 몰수한 것에 대한 배상금 200억달러(30조원) △중국으로부터 빌린 차관 100억~200억달러(15조~30조원) △러시아 차관 60억달러(9조원) △중남미개발은행(CAF) 등 국제금융기구로부터 빌린 차관 40억달러(6조원) 등을 합치면 부채 총액이 24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보고 있다.
2012년 그리스의 총부채는 4600억달러(710조원)였다. 투자은행, 사모펀드 등 민간 분야에서 보유 중인 채권 2000억달러(401조원)가 구조조정 대상이 됐고 절반 수준인 1000억달러(154조원)가 탕감됐다.
FT는 베네수엘라의 부채가 당시 그리스보다 작지만 채권 종류가 많고 디폴트 선언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구조조정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베네수엘라는 부채 구조조정을 미국 투자은행 센터뷰 파트너스에 맡겼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맡기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올해 말 채권단 합의를 목표로 구조조정을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한 국가가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고 부채를 감당할 가능성을 판단하는 부채 지속가능성 보고서 작성도 IMF가 아닌 센터뷰가 맡았다.
최근 베네수엘라 채권을 정리했다는 한 투자자는 "채권단의 논의는 IMF 주도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부채 한도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제3자의 감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베네수엘라가 탕감을 주장하는 부채 중 어디까지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받아들여야할지 IMF 같은 제3자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베네수엘라 야권에서는 IMF 중재가 없다면 채권단 협상에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열세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채권단의 관심은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원유 수출이 신속히 정상화된다면 그리스 사례와 같은 대규모 빚 탕감은 피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최근 국제수지 통계에서 올해 1~3월 원유 수출액이 55억달러(8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원유 수출이 호황을 누렸던 2008~2012년 베네수엘라의 연간 원유 수출액은 800억달러(123조원) 이상이었다. 분기별로 환산하면 원유 수출로 매분기 200억달러 이상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베네수엘라의 부채 구조조정 계획 소식에 밝은 익명 소식통들은 베네수엘라가 IMF와 협의 중이며 구조조정은 IMF가 정한 틀을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FT에 밝혔다. IMF는 대변인을 통해 "베네수엘라 당국과 거시경제 전망을 포함해 여러 사안에 대해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베네수엘라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2015년 이후 발표되지 않았던 베네수엘라 경제 통계도 다시 발표될 예정이다. FT는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한 베네수엘라 경제 규모를 1000억달러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년 발표된 경제 규모는 3700억달러(571조원)였다. 2012년부터 통계 발표가 중단된 2015년까지 자료는 신뢰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