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는 '정당방위'..."앗, 몰카범" 화장실서 참교육한 여성은 '벌금형' 왜

나나는 '정당방위'..."앗, 몰카범" 화장실서 참교육한 여성은 '벌금형' 왜

김소영 기자
2026.06.2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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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에 침입한 강도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이유로 강도에게 역고소당한 나나. 나나는 최근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 /사진=뉴스1
자택에 침입한 강도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이유로 강도에게 역고소당한 나나. 나나는 최근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 /사진=뉴스1

자택에 침입한 강도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가수 겸 배우 나나가 최근 법원에서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 반면 여자 화장실에서 자신을 몰래 촬영한 남성을 붙잡아 폭행한 여성은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이처럼 엇갈린 판단을 내놓으면서 정당방위 인정 범위에 대한 해묵은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4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12월 경남 창원시 한 빌딩 1층 여자 화장실에서 자신이 소변보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20대 남성 B씨 얼굴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2023년 12월 불법 촬영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황에서 A씨를 상대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폭행이 B씨 도주를 막기 위한 정당방위나 자구(自救) 행위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B씨가 불법 촬영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상황에서 그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출입구를 다리로 막아서는 수준을 넘어 주먹으로 얼굴 부위를 15~17회나 폭행한 것은 과도하다고 판시했다.

판결 이후 온라인상에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누리꾼들은 "이게 정당방위가 아니라니", "사과했으니 곱게 보내주라는 건가", "불법 촬영 당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범죄자를 현행범 체포했는데 포상금을 주진 못할망정", "앞으로 15회 이하로 때리면 정당방위인 거냐" 등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해 나나가 강도에 대항해 흉기를 휘둘렀다는 이유로 강도에게 역고소당한 사건을 계기로 정당방위 인정 범위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해 나나가 강도에 대항해 흉기를 휘둘렀다는 이유로 강도에게 역고소당한 사건을 계기로 정당방위 인정 범위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당방위를 인정받으려면 형법 제21조에 따라 가해자 침해 행위의 현재성과 부당성, 방위 행위의 상당성이라는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침해가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이어야 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할 침해여야 하며, 그 침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만 방어가 인정된다.

하지만 상대방의 수단·공격 정도에 비해 방어가 과도하지 않았는지를 따지는 이 '상당성' 요건 때문에 피해자가 피의자로 전환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나나도 지난해 자택에 침입한 강도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이유로 강도에게 역고소당해 논란이 됐다. 강도 C씨는 나나 모녀가 자신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흉기에 찔려 5㎝ 베였다며 나나를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피의자로 입건된 나나는 경찰 조사 끝에 정당방위가 인정돼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C씨 강도상해 재판에 증인으로 서야 했다. 나나는 법정에서 "어머니와 제가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참담함을 토로했다.

 여자 화장실에서 자신을 몰래 촬영한 20대 남성 얼굴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은 최근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여자 화장실에서 자신을 몰래 촬영한 20대 남성 얼굴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은 최근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법원은 나나 손을 들어줬다. 강도상해 사건 재판부는 나나 입장에선 C씨가 흉기로 어머니를 해칠 수 있다고 여겨 이에 대항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나나 행동이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상당한 방위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나나는 정당방위, A씨는 과잉방위라는 엇갈린 법적 판단이 나오면서 정당방위 성립 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가해를 두고 지난한 법리 다툼을 벌이고 심지어 처벌까지 받는 현실 자체가 씁쓸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에서 제시하는 정당방위의 상당성 기준이 추상적인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법률사무소 로앤이 이유림·노채은 변호사는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도 '제압에 필요한 최소한이었는가'에 대한 평가가 갈릴 수 있다"며 "기준이 추상적이어서 정작 방어한 당사자가 판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핵심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에서 제시하는 정당방위의 상당성 기준이 추상적인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전문가들은 대법원에서 제시하는 정당방위의 상당성 기준이 추상적인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에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도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 12일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나나법'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선 주거에 침입해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자를 막는 경우, 흉기나 다중의 위력을 앞세운 공격에 대응하는 경우 등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선 원칙적으로 정당방위를 인정하도록 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2024년 8월 정당방위 요건 중 '현재의 부당한 침해'라고 명시한 부분을 '현재 또는 임박한 미래'로 수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해 이유림·노채은 변호사는 "'나나법'은 정당방위 판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 될 수 있지만 상당성 요건을 지나치게 경직되게 정형화하면 개별 사건의 구체적 타당성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은 방어한 피해자가 자신이 가해자가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구조에 가깝다. 일정 상황에서 정당방위를 추정하고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관련해선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불법 촬영은 촬영 행위가 끝나도 촬영물 유포 위험이 계속된다. 그런데 물리적 폭력과 동일한 잣대로 '침해가 이미 끝났다'고 보면 피해자의 방어권이 설 자리가 사라진다"며 "정당방위법 개정 논의는 이 지점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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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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