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2천조' 美증시, 3배 ETF도 열풍…"韓서 드러난 레버리지 위험"

윤세미 기자
2026.06.29 15:16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에서 한 트레이너가 모니터를 보고 있다./AFPBBNews=뉴스1

미국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거나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고위험 상품에 몰리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 자료를 인용, 올해 5월 미국 내 마진론(신용융자) 잔액이 1조4000억달러(약 2153조원)로 1년 전보다 54% 급증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마진론은 증권사에서 투자자가 보유 현금이나 주식을 담보로 주식 매수를 위해 받는 대출을 의미한다.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2~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도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은 3월 말 약 1135억달러에서 지난 24일까지 1887억달러까지 불어났다. AI 투자 열풍 속에 관련 레버리지 ETF로 투자자들이 몰린 결과다. 올해 마이크론 주가가 약 300% 급등하며 랠리를 주도한 가운데 반도체 주요 종목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 역시 410%가 넘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레버리지 투자는 고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손실 리스크도 크다. 만약 기초자산 가격이 하루 만에 30% 폭락할 경우 3배 레버리지 ETF는 90%에 달하는 손실을 보는 셈이다. 투자 원금 대부분을 순식간에 잃을 수 있다는 의미다. 월가는 레버리지 투자가 이처럼 팽창하면 투자자 손실 위험을 넘어 시장 구조 자체가 왜곡될 가능성도 우려한다.

바클레이스는 레버리지 ETF들이 신규 자금 유입에 대응하기 위해 3월 말 이후 약 3000억달러 규모의 개별 종목 및 지수 관련 파생상품을 매입한 것으로 추산했다. 시장조성자들은 이러한 파생상품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실제 주식을 추가 매수하게 되고 이는 주가 상승을 부추기는 효과를 낳는다.

문제는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다. 레버리지 ETF 자산이 감소하면 펀드는 기초자산 비중을 줄여야 하고 시장조성자들도 헤지 물량을 되팔게 된다. 여기에 마진론을 활용한 투자자들의 반대매매까지 겹칠 경우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주가 하락이 더욱 확대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바클레이스의 알렉산더 알트먼 글로벌 주식전략 책임자도 "단기간에 이 포지션이 청산돼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매우 두려운 규모"라며 "현재 시장에서 가장 큰 위험은 투자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기계적인 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레버리지 투자의 실제 위험이 최근 한국 증시에서 드러났다고 전했다. 반도체 종목 급등세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맞물리면서 발생한 한국 증시의 급격한 변동성이 미국 시장에서도 재현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단 지적이다.

마크 해킷 네이션와이드 최고시장전략가는 "마진론으로 레버리지 ETF의 옵션 상품까지 매수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레버리지를 3~4단계까지 쌓아 올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긴장과 금리 정책 변수까지 겹친 상황에서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향후 증시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데이브 나딕 ETF닷컴 리서치 책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유입되는 자금이 많을수록 주가 상승과 하락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강해진다"면서 "가격과 관계없이 기계적 매매가 많아질수록 시장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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